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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착기는 엉덩이가 매력 포인트”

입력 | 2018-02-06 03:00:00

글로벌 디자인상 휩쓴 두산인프라코어 디자인팀




두산인프라코어 디자인팀 여진협 팀장(오른쪽)과 팀원(왼쪽부터 김현중 주임, 조나단 주임. 곽선욱 연구원)들이 모형 굴착기를 펼쳐 놓고 디자인 회의를 하고 있다. 두산인프라코어 제공

지난달 31일 찾은 인천 동구 두산인프라코어 본사. 디자인팀 사무실로 들어서니 무거운 굴착기 이미지와 전혀 다른 분위기가 느껴졌다.

“사장님이 염색도 하고 귀도 뚫고 다녀야 디자인이 잘 나온다며 독려한 부분도 있어요.”

수염을 기른 채 머플러로 멋을 낸 여진협 디자인팀장이 웃으며 말했다. 최근 몇 년간 두산인프라코어 디자인팀은 글로벌 디자인상을 휩쓸었다. 지난달 두산 밥캣이 만든 소형 굴착기가 건설기계 최초로 국내 3대 디자인 상 중 하나인 핀업 디자인 최고상을 받았다. 두산 굴착기는 2009년에 이어 2016년에도 세계 3대 디자인상이라 불리는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에서 수상했다.

디자인팀은 회사 차원에서 디자인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손동연 두산인프라코어 사장은 디자인팀을 2015년 사장 직속 기구인 기술원 내부 조직으로 승격시켰다. ‘자동차처럼 디자인 수준을 끌어올리라’는 ‘특명’도 내렸다. 여 팀장은 “세계적으로 장비 기능과 품질이 비슷해진 상황에서 다자인이 제품을 고르게 하는 경쟁력이 됐다”고 말했다.

자동차는 전면부 디자인이 자동차 정체성을 상징하듯 굴착기는 카운터 웨이트(굴착기 엉덩이 부분)가 브랜드를 상징한다. 두산인프라코어는 견고함, 강력함, 민첩함이 디자인 콘셉트이다. 최근 두산 굴착기가 과거에 비해 더 날렵하고 세련된 느낌을 주는 것도 디자인 덕분이다. 디자인팀 조나단 주임은 “카운터 웨이트 부분만 봐도 어느 브랜드인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1985년 출시된 ‘쏠라’(왼쪽)와 2015년 출시된 ‘DX시리즈’ 굴착기. DX시리즈는 단조로운 디자인에서 벗어나 카운터 웨이트 부분을 강조했다.두산인프라코어 제공 

굴착기는 주황색이라는 선입견이 있다. 국내에서 자주 보는 두산 굴착기가 오렌지색이기 때문이다. 정확히 말하면 ‘울트라두산오렌지’ 색상으로 특허까지 낸 두산 고유의 컬러다. 디자인팀 곽선욱 연구원은 “색상 개발에만 1년이 넘게 걸린다. 굴착기가 공사장과 산지 등에서 쓰이기 때문에 안전을 위해 눈에 잘 띄는 오렌지 색상을 고집하고 있다”고 말했다.

굴착기는 이용자들에게 소형 사무실이나 다름없기 때문에 실내 인테리어에 대한 요구도 늘고 있다. 여 팀장은 “신발 수납장을 크게 해달라, 버튼 위치를 바꿔 달라는 요구도 있다”고 귀띔했다.

디자인팀 노력이 더해져 두산인프라코어도 매출은 상승세다. 2016년 건설기계 매출이 세계 6위를 기록했다. 세계 시장점유율은 2014년부터 매년 0.2%씩 늘어 2016년엔 역대 최고치인 3.8%를 기록했다.

디자인팀은 두산인프라코어에서 가장 늦게까지 불이 켜져 있는 부서다. 김현중 주임은 “디자인은 마약 같아서 영감이 떠오르면 멈출 수가 없다. 이상하게도 그 영감이 꼭 초저녁에 오다 보니 늦게까지 일을 한다”고 멋쩍게 웃었다. 여 팀장은 “디자인은 점점 건설기계 경쟁력에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변종국 기자 bj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