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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위기 좋았습네다” 은반위 남북, 눈빛으로 우정 나눴다

입력 | 2018-02-06 03:00:00

[평창올림픽 D-3]피겨 페어 첫 동반훈련




한 무대서 나란히 2018 평창 겨울올림픽 피겨 페어에 동반 출전하는 북한의 렴대옥-김주식, 남한의 감강찬-김규은(왼쪽부터)이 5일 강릉아이스아레나 지하 연습링크에서 훈련하고 있다. 피겨 페어의 이름 표기는 여자-남자 순서지만 혼란을 피하기 위해 빙판 위의 선수 순서대로 표기했다. 강릉=장승윤 기자 tomato99@domga.com

인기 아이돌의 노래가 울려 퍼지는 강릉아이스아레나 지하 연습링크 위로 가슴에 인공기가 새겨진 트레이닝복을 입은 북한 피겨스케이팅 페어의 렴대옥(19), 김주식(26)이 스케이트를 신고 들어섰다. 링크 위에는 먼저 도착한 한국의 김규은(19), 감강찬(23)과 일본의 스자키 미우(19), 기하라 류이치(26)가 가볍게 몸을 풀고 있었다. 40여 분간의 공식 훈련 동안 남북 팀은 각자의 훈련에 집중하면서도 눈인사를 나누며 서로의 안부를 전했다. 이들의 훈련을 보기 위해 내외신을 포함해 100여 명의 취재진이 몰렸다.

2018 평창 겨울올림픽에 출전하는 남북 페어 대표팀이 5일 올림픽 경기가 열리는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함께 훈련을 했다. 전날까지 B조에 속했던 북한 선수들이 C조로 그룹을 옮기면서 이날 첫 공식훈련을 한 한국과 같은 시간 같은 링크에 섰다.

남북 페어팀은 특별한 인연이 있다. 김규은, 감강찬은 지난해 여름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북한 선수들과 함께 훈련을 했다. 현지에서 캐나다 브뤼노 마르코트 코치의 지도를 함께 받았다. 전지훈련 당시 한국은 김규은의 어머니가 만든 김밥을, 북한은 김현선 코치가 몬트리올 현지에서 담근 배추김치를 전하며 왕래했다. 김규은은 동갑내기 렴대옥을 대옥이, 감강찬은 김주식을 주식이 형이라고 부를 정도로 허물없는 사이다.

우여곡절도 있었다. 피겨 단체전 남북 단일팀 논의가 진행되면서 김-감 조 대신 북한의 렴-김 조가 출전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다. 당시 감강찬은 논의가 나오는 것에 대해 “기분이 안 좋아질 수밖에 없다”면서도 “함께 올림픽에 출전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감강찬의 바람대로 함께 올림픽 무대를 밟게 된 두 팀은 강릉에서도 돈독한 우정을 자랑하고 있다. 4일 강릉선수촌에 입촌한 김규은은 렴대옥의 생일(2일)을 맞아 핫팩과 화장품을 생일선물로 챙겨왔다. 두 선수는 렴대옥과 김주식에게 하나씩 주려고 수호랑, 반다비 마스코트 인형도 챙겼다. 1일 입촌한 김주식은 지난달 함께 출전한 4대륙 선수권 도중 어깨 부상을 당한 감강찬에 대해 “강찬이 어깨는 좀 낫습니까”라며 안부를 물었다. 이날도 김주식은 빠른 걸음으로 믹스트존을 빠져나가면서도 “분위기 좋았습네다”라는 말을 남겼다.

오후 8시 메인링크에서 예정된 훈련도 두 팀 모두 소화했다. 두 번째 훈련에서는 한국 팀의 훈련에 북한 선수들 및 감독도 박수를 보내는 등 한층 부드러운 분위기였다. 김주식이 렴대옥을 들어올리는 리프트 동작에서 자칫 한국 선수들과 부딪힐 뻔한 상황도 있었지만 충돌로 이어지진 않았다. 두 번째 훈련에서 북한 선수는 비틀스의 ‘어 데이 인 더 라이프(A Day in the Life)’ 음악에 맞춰 쇼트프로그램 훈련을 했다.

한편 선물 전달은 첫 번째 훈련 때는 라커룸에서 서로 엇갈려, 두 번째 훈련 때는 한국 선수들이 깜빡하면서 다음을 기약하게 됐다. 렴대옥은 선물을 받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웃으며 “그게 무슨 큰 거라고 계속 묻습니까”라고 답했다.

분위기가 좋았던 건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이 훈련한 관동아이스하키센터도 마찬가지였다. 4일 인천 선학경기장에서 스웨덴과의 첫 공식경기를 치렀던 대표팀은 5일 새벽 강릉선수촌에 입촌한 데 이어 낮 12시 45분부터 1시간 15분간 올림픽이 열리는 경기장에서 첫 공식훈련을 실시했다.

전날 경기에 출전한 선수들을 제외한 선수 15명은 이날 세라 머리 총감독의 지시에 따라 분주히 움직였다. 김도윤 코치는 머리 감독을 대신해 목청껏 한국어로 “이해했지?” 등의 소리를 외치며 선수들을 독려했다. 북한 선수들은 작전회의 후 김 코치에게 다가가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을 질문하기도 했다. 머리 감독도 코치진의 통역을 통해 북한의 박철호 감독에게 회의 내용을 일일이 전달했다.

빙판 위 곳곳에서 서로를 부르는 소리가 퍼졌다. 미니게임 도중 한 팀이 된 한국의 정시윤(18)과 북한의 황설경(21)은 훈련 뒤 서로의 퍽을 빼앗는 장난을 치기도 했다. 이날 훈련에 참가하지 않은 남북 선수들도 링크 장 밖에서 어깨동무를 하고 함께 셀카 등을 찍으며 화기애애한 모습을 보였다.

강릉=강홍구 windup@donga.com·정윤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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