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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예술단 140명 6일 만경봉호로 訪南… 정부 “5·24조치 예외”

입력 | 2018-02-06 03:00:00

[北 평창 공세]대북 제재조치와 충돌 논란




선발대는 어제 경의선 육로 訪南 5일 경의선 육로를 이용해 남북출입사무소로 입경한 북측 예술단 선발대 23명이 짐을 싣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감색 코트, 검은색 털목도리, 검은색 털모자를 맞춰 입은 선발대는 무대 장비와 악기를 담은 붉은색 캐리어를 챙겨 공연 준비를 위해 강릉으로 향했다. 파주=사진공동취재단

북측 예술단 140명을 태운 만경봉 92호가 6일 오후 5시경 강원 묵호항으로 입항한다. 평창 겨울올림픽을 계기로 남북 뱃길이 열리는 것은 처음이다. 지난달 31일 북한 마식령스키장 공동 훈련을 위한 항공편 이용 때 미국 독자 제재의 예외를 받은 지 일주일도 안 돼 정부가 우리 독자적 대북 제재 조치까지 걷어낸다는 우려가 나온다.

○ 뱃길 제재도 예외 만경봉 92호

만경봉 92호의 방남은 정부의 대북 제재망과 정면으로 충돌하기 때문에 논란을 빚는다. 이명박 정부에서 2010년 3월 26일 천안함 폭침사건으로 단행한 5·24 대북 제재 조치가 대표적이다. 5·24조치는 북한 선박의 우리 해역 운항을 전면 금지했다. 2016년 12월에도 독자 제재를 발표해 북한 선박의 영해 진입, 제3국 선박도 최근 1년 이내에 북한을 기항한 적이 있으면 국내 입항을 전면 허용치 않기로 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안은 어떨까. 외교부 당국자는 “통일부로부터 소식을 듣고 확인했는데 만경봉호나 배를 소유하고 있는 선박회사도 안보리 결의안에 지목된 것은 없다”면서 “미국의 독자 제재 역시 만경봉호가 미국까지 가거나 입항하지 않는다면 크게 문제 될 것은 없다”고 설명했다.

만경봉 92호가 정박했을 때 기항지에서 제공하는 기름, 식료품들이 제재 위반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다만 원유 제공이 금지된 것이 아니라 연간 50만 t이라는 상한만 정해져 있기 때문에 ‘선(先) 지원 후(後)유엔제재위원회 통보’가 이뤄지면 문제가 없다는 해석이다.

○ “모로 가도 평창 올림픽이면 된다”는 정부

만경봉 92호가 입항하면 북측의 방문으로 ‘육(육로)-해(만경봉 92호)-공(전세기 방북)’이 다 뚫린다. 북측이 묵호항을 택한 것은 여객선 비중이 작은 화물 위주 항구여서 일반인 접근 차단이 비교적 용이한 점이 고려된 조치로 보인다. 5일 경의선 육로를 통해 입경한 선발대 23명 외에 북측 예술단 140명이 그대로 오면서 예술단 관련 파견만 163명이 됐다.

정부가 제재 예외를 거듭 인정하면서 북측으로 하여금 또 다른 요구를 할 수 있도록 쉽게 길을 터줬다는 비판이 나온다. “안보리 제재 대상이 아니라서 항로 개방은 괜찮다”는 시각도 있지만 국제사회에서도 대북 압박 원칙을 희석시킨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외교부 당국자는 “문재인 정부에서 현재 제일 중요하게 내세우는 평창 올림픽 관련 정신은 ‘올림픽 성공을 위해 미국 제재든 유엔 제재든 무엇이든 폭넓게 허용하는 분위기로 가자’는 것이다”라며 “정부의 독자 제재 예외 허용은 이번이 끝이 아니라 앞으로도 열려 있는 ‘시작’이다”라고 말했다.

이날 제안으로 삼지연관현악단의 방남 경로가 세 번째 뒤틀렸지만 정부는 그대로 제안을 수용했다. 북측은 지난달 15일엔 판문점 육로로, 23일 보낸 통지문에서는 경의선 육로를 제안했다가 돌연 뱃길로 오겠다고 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얼마나 정박할지에 대해선 “(북측은) 강릉 공연 기간이라고 한정했다. 서울서 어디서 묵을지, 다시 배로 돌아갈지는 더 협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북의 연이은 ‘제재 예외 요구’에 점차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사실 북측은 4일 오후 ‘8일 강원 강릉 공연 기간 (예술단) 숙식의 편리를 위해’ 만경봉 92호를 내려보내겠다고 통보했다. 정부는 12시간가량 지난 후에 만경봉 92호 소식을 전하면서 “관련 부처 간의 협의 때문에 발표가 늦어졌다”고 밝혔다. 미국과 긴밀히 협의 중이라는 점도 덧붙여 강조했다.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등 고위급 대표단의 방남을 즉시 알렸던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신나리 journari@donga.com·신진우·홍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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