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최소 2곳… 1곳 260억 털려” 정보위에 보고… 野 “진상 규명을”
최근 일본 가상통화 거래소에서 사상 최대인 5700억 원어치의 가상통화가 해킹당한 사건이 북한 소행으로 추정돼 정보당국이 조사 중이라고 국가정보원이 국회 정보위원회에 보고한 것으로 5일 확인됐다. 또 북한은 지난해 12월 한국의 가상통화 거래소 최소 두 곳을 이미 해킹해 수백억 원 상당의 가상통화를 탈취했다고 국정원이 밝혔다.
국정원은 이날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 업무보고에서 북한의 가상통화 해킹 능력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설명한 뒤 이로 인한 국내외 피해 사례를 집중적으로 보고했다. 회의에 참석한 복수의 정보위원에 따르면 일본의 가상통화 해킹도 피해사례 중 한 곳으로 지목됐다. 일본의 코인체크는 지난달 26일 580억 엔(약 5700억 원) 상당의 가상통화 해킹 피해를 보았다. 당시 일본 당국은 “해외 해커의 소행으로 추정된다”고 밝혔지만, 북한의 개입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한 정보위원은 “일본의 가상통화 탈취 사건이 북한 소행으로 추정된다는 보고를 국정원이 했다”고 전했다. 반면 다른 정보위원은 “그렇게 의심하고 조사 중에 있다가 정확한 표현”이라고 전했다.
국정원에 따르면 지난해 북한은 국내 가상통화 거래소와 회원 대상으로 해킹 메일을 보내 회원의 비밀번호를 절취했다. 북한은 이 과정에서 백신 무력화 기술을 사용했고, 거래소가 신입 직원을 수시로 채용한다는 점에 착안해 입사지원서를 위장한 해킹 메일을 발송하기도 했다. 한 정보위 위원은 “북한이 최소 2곳의 국내 가상통화 거래소를 해킹했는데, 그 가운데 A거래소의 전산망은 완전 장악한 뒤 260억 원 상당의 가상통화를 탈취해갔다고 국정원이 보고했다”고 전했다.
더불어민주당 정보위 간사인 김병기 의원은 “(일부 업체가) 탈취당한 것은 맞지만 국정원이 나머지는 유의미하게 차단하고 있다고 한다. 사이버팀 능력이 우수하다고 한다”고 평가했다.
야당은 북한의 가상통화 시장 교란행위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한 정보위원은 “국정원이 정부기관에 보고를 했지만 보안 상황 때문에 계속 덮어버렸다. 북한이 가상통화 거래소에 침투해 마구잡이로 날강도처럼 몇 백억 원을 절취해가는데, 왜 방치했느냐. 국민에게 안 알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가 북한에 책임을 지라고 요구할지 엄중하게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유근형 noel@donga.com·박훈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