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佛 이어 일본-대만도 “유물 대여 못하겠다”

입력 | 2018-02-06 03:00:00

눈치국회에 막힌 직지 귀향… 다른 문화재에도 불똥




2010년 국립중앙박물관 ‘고려불화대전’에 전시된 일본 단잔신사 소장 ‘수월관음도’. 고려불화 중 걸작으로 손꼽힌다. 동아일보DB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책인 직지심체요절(直指心體要節·1377년 간행)에 이어 일본과 대만에 있는 고려불화 등 다른 문화재들도 ‘입법 미비’로 국내 전시가 무산될 위기에 처한 걸로 추가로 확인됐다. 최근 국회가 여론 눈치만 살피다 ‘한시적 압류면제법’ 발의를 포기한 데 따른 후폭풍이 해외 문화 교류에까지 번지는 양상이다.

5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와 국립중앙박물관에 따르면 올해 고려 건국 1100주년을 맞아 12월 ‘대(大)고려전’을 개최하기 위해 일본 내 고려불화를 들여오는 방안을 국립중앙박물관이 일본 문화청과 최근 협의했다. 일본 문화청은 “대부분의 고려불화는 일본 각지 사찰들이 갖고 있는데, 쓰시마 불상 판결 이후 한국으로 대여를 꺼리고 있다. 한국이 압류면제법을 제정해 반환을 담보해야 이들을 설득할 수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1월 대전지법은 2012년 한국인 절도단이 쓰시마 사찰에서 훔친 금동관음보살좌상에 대해 이 일본 사찰의 반환 요구를 물리치고, 충남 서산 부석사에 넘기라고 판결했다. 당시 일본 정부는 “명백한 도난품을 반환하지 않는 건 국제법에도 어긋난다”며 유감을 표시했다. 이 판결 이후 일본뿐만 아니라 한국 문화재를 소장한 다른 국가의 박물관과 미술관들도 한국으로 문화재 대여를 기피하고 있다.

이에 따라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립중앙박물관이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 개정안(한시적 압류면제법)’을 의원 입법으로 추진했으나, 더불어민주당 박경미 의원이 1일 법안 발의를 포기했다.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각 지역에서 발언권이 있는 일부 재야사학자들이 시민단체를 통해 반대 여론 조성에 나선 것을 부담스러워한 것이다.


고려불화는 총 160점가량이 현존하는데 이 중 일본에만 약 130점, 미국과 유럽에 10점, 한국에 20점가량이 남아 있다. 고려불화의 정수를 감상하려면 일본 측 협조가 관건인 셈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이 대고려전을 위해 접촉한 대만 국립고궁박물원은 더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고궁박물원은 “대만 국내법상 압류면제법이 없는 국가에는 유물 대여가 원칙적으로 불가하다”고 알려왔다. 국립중앙박물관은 고려와 교역이 가장 빈번했던 중국 송나라 유물을 나란히 전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고려와 송의 교류가 끼친 문화적 영향을 한눈에 비교해 보자는 취지다.

문체부에 따르면 미국과 일본, 영국 등 웬만한 국가들은 해외 문화 교류를 촉진하는 차원에서 문화재 압류 방지를 규정한 국제조약에 가입하거나, 별도 국내법을 제정했다. 예컨대 미국 영국 캐나다는 연방법 혹은 주법으로 압류 방지 규정을 두고 있다. 일본은 ‘해외 미술품 공개 촉진법’을 따로 제정해 압류 방지를 보장하고 있다. 체코 오스트리아 벨기에 핀란드는 압류 방지 국제조약에 가입한 동시에 비슷한 내용의 국내법도 통과시켰다. 우리나라처럼 열강으로부터 문화재 침탈 경험을 갖고 있는 그리스도 압류 방지를 위한 국제조약에 가입한 상태다.

성봉근 서경대 교수는 “압류 면제 조항은 국민들의 문화향유권 보장을 위해 필수”라며 “세계적 추세와 동떨어져 우리만 압류면제법 제정을 미루는 건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국회 안에서도 일부 반대가 있지만 압류면제법을 통과시킬 필요가 있다는 여론이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다. 국회 교문위 간사를 맡고 있는 민주당 유은혜 의원은 “직지심체요절 국내 전시는 국민적 관심사인 만큼 압류면제법 입법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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