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에 전국 첫 공공 실버애견카페
지난해 12월 문을 연 경기 성남시 분당구 실버애견카페 ‘공감&펫’은 어르신 바리스타(가운데)와 애완견 2마리가 손님을 맞는다. 스파 기능 욕조와 드라이룸, 온도 조절 호텔 등 최신 시설을 갖췄다. 남경현 기자 bibulus@donga.com
푸키는 주인이 아이를 갖게 되면서 이곳에 기증돼 왔다. 소망이는 서울 송파구 잠실유기견센터에서 왔다. 지하실에 살다 한 달여 전 처음 왔을 때만 해도 잠만 자더니 이제는 군살도 빠지고 손님을 보면 반갑게 맞는다. 바닥에는 강아지 소파와 물통 같은 장난감이 있고 한쪽에는 판매용 애완견 간식거리와 애견용품이 진열돼 있다.
잠시 후 동네를 산책하던 푸들(5·암컷) 한 마리가 개주인과 함께 들어섰다. 푸키가 다가가자 푸들은 사납게 컹컹거렸다. 주인은 “어렸을 때 탄천에 나갔다가 큰 개한테 물린 뒤로 낯선 개나 사람을 보면 저렇게 짖어댄다”며 “푸키가 예뻐서 친구도 맺어주고 사회성을 키워주려고 이곳에 가끔 들른다”고 말했다. 혼자 커피를 마시던 여성 손님도 푸들의 사연을 듣고는 딱하다며 곁으로 다가와 쓰다듬으면서 주인과 이야기를 나눴다.
분당시니어클럽 허정 실장은 “틀에 박힌 생각에서 벗어나 새롭고 전문적인 노인 일자리를 찾다가 실버애견카페를 구상하게 됐다. 커피를 만들 수 있고 반려동물을 돌볼 줄 아는 어르신들이 일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민간 애견카페는 있지만 노인이 일하는 공공 애견카페는 전국 처음이라는 설명이다. 현재 65세 이상 10명이 주 2, 3회 하루 4시간씩 일하면서 월 35만 원 안팎을 받는다. 앞으로 5명 정도를 더 채용할 계획이다.
이날 근무한 김정혜 씨(67·여)는 바리스타 1급 자격증 소유자다. 월, 수, 목요일 하루 4시간씩 일하고 있다. 김 씨는 “강아지를 좋아하는 데다 지난해 딴 자격증도 있어 저에겐 안성맞춤형 일터”라며 “한번 찾아온 손님과 강아지들은 반응이 좋다. 널리 알려져 강아지들로 북적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카페는 웬만한 애견숍이나 동물병원보다 나은 목욕 및 호텔 시스템을 갖췄다.
목욕은 스파(spa·물의 열, 부력으로 혈액 순환을 촉진해 몸과 피부를 관리하는 방식) 기능 욕조와 물기를 말리는 드라이룸을 이용하는 데 1만2000원. 온도 조절이 가능한 호텔(16실)은 12시간 1만5000원, 1개월(1일 12시간 기준) 45만 원으로 시중보다 저렴하다. 24시간 맡겨도 된다. 카페 한쪽에선 경기지역 시니어클럽에서 생산한 참기름과 비누, 강아지옷 등도 판매한다. 임차료와 공과금 등을 감당하려면 월 매출 1000만 원은 올려야 하는데 개업 초기라 지난달 실적이 매출 160만 원에 불과한 점이 고민이라면 고민이다.
남경현 기자 bibul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