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 소나무
지조와 절개를 상징하며 많은 사랑을 받는 소나무.
소나무를 의미하는 한자는 송(松)이다. 목(木)과 공(公)을 합한 ‘송’은 나무에 ‘공’이라는 벼슬을 부여한 가장 이른 시기의 사례로 꼽힌다. 중국의 ‘사기(史記)’ 중 ‘시황제본기(始皇帝本紀) 봉선서(封禪書)’에 이런 내용이 나온다. 진시황제가 제사를 지내기 위해 태산(泰山)에 올랐다가 갑자기 소나기를 만나 인근 나무에 들어가 비를 피했다. 진시황제는 소나기가 그치자 그 나무에게 고마움을 표시하기 위해 ‘오대부(五大夫)’라는 벼슬을 내렸다. 현재 태산 중턱에는 이러한 사실을 증명하는 소나무가 살고 있다. 속리산의 천연기념물 제103호 ‘정이품송(正二品松)’도 조선시대 세조 임금이 손가마를 타고 이곳을 지나다가 소나무가 땅에 닿은 가지를 스스로 올리자 벼슬을 내린 소나무다.
소나무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무척 사랑한 덕분에 다양한 이름을 갖고 있다. 우리에게 가장 잘 알려진 적송(赤松)은 줄기가 붉어서, ‘춘양목(春陽木)’은 경북 봉화군 춘양이 소나무를 집산(集散)하던 곳이어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금강송(金剛松)’은 나무의 속이 금강석처럼 아주 단단해서 붙인 이름이다. 주로 경북 북부와 강원도 등지에서 자라는 금강송은 경복궁을 비롯한 우리나라 주요 목조 건물의 핵심 재료였다. 특히 소나무는 2005년 경남 창녕군 부곡면 비봉리에서 발굴된 8000년 전 신석기 시대의 배에서 알 수 있듯이 배를 만드는 데 아주 중요한 나무였다. 우리나라가 임진왜란 때 일본과의 해전에서 이길 수 있었던 것도 소나무로 만든 병선 때문이었다.
강판권 계명대 사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