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레이션 박초희 기자 choky@donga.com
재코 즈위슬랏 호주 출신 법무법인 충정 업무환경개혁 이사
호주에서 4년간 살다가 2004년 2월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다. 내가 없는 사이에 변화가 컸다. 관광객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동남아시아에서 온 사람도 있고, 중국에서 ‘유커’들이 몰려오고 있었다. 서양 사람들도 늘었다. 2006년에 나의 친척 대표단(?)을 맞이할 기회가 있었다. 작은아버지와 작은어머니가 네덜란드에서 찾아와 2주 반 동안 한국에 머물렀다. 첫 10일 동안 여행사에서 안내를 받으며 관광을 하고 나서 우리 집에서 머물렀다. 당시 한국 여행을 재미있어 해서 2년 뒤에 중국 여행을 한 후 한국에 한 번 더 왔다.
친척들이 오면 내가 가이드 역할을 했다. 처음에는 계획을 제대로 짜지 못해 구경을 많이 시켜주지 못했다. 친척들이 돌아간 후에 무척 후회했다. 계획이 꼬인 적도 있었다. 한 번은 같은 날 용인 에버랜드와 민속촌을 방문하기로 했으나 출발이 늦어지면서 민속촌만 구경했다. 그래도 즐거웠다. 날씨가 좋아서 민속촌 전통시장 원두막에 앉아서 막걸리를 마시며 파전을 먹었다. 달콤한 낮잠도 잤다.
이런 경험 이후로 한국을 찾는 나의 친척과 친구에게 더 훌륭한 한국 관광 가이드와 한국명예대사가 되기로 맹세했다. 몇 년 전에 실제 가이드로 일해 본 적이 있었다. 고객은 주로 미군과 그들의 가족들이었다. 한국 역사, 지리, 문화에 대해서 더 많이 배우게 됐다. 좋은 추억을 많이 만들었다.
평창 겨울올림픽을 계기로 한국을 방문하기 좋은 달이라는 기사가 호주 신문에 난 것을 최근 봤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그 기사를 공유하면서 호주 지인들에게 친척이나 친구 중 한국을 방문한 사람이 몇 명인지를 물었다. 대부분 한 손으로 꼽을 수 있는 수준이었다. 어떤 친구들은 5년 넘게 한국에 살았음에도 주변에서는 아무도 한국에 안 왔다고 했다.
지인들과 SNS상으로 더 많은 서양 사람들이 한국에 오지 않는 이유가 무엇인지를 진지하게 논의했다. 이런 분석이 나왔다. 중국과 일본은 잘 아는데, 그 커다란 두 나라 사이에 끼여 있는 한국을 아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이다.
미국에도 비슷한 케이스가 있다. 즉 뉴욕, 플로리다 등이 있는 동쪽이 잘 알려져 있고 캘리포니아가 있는 서쪽도 잘 알려져 있지만, 가운데 있는 중부는 어떤 미국 사람들에 의해 ‘플라이오버 컨트리(flyover country·아무것도 볼 것이 없어 상공 위로 날아가도 아무것도 놓치지 않는 땅)’라고 불린다. 한국이 동북아시아의 플라이오버 컨트리로 여겨지지 않나 싶다.
남북 분단도 원인일 수 있다. ‘코리아’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도 최소한 ‘그 이름을 가진 나라가 2개가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을 거다. 그리고 핵폭탄이 있다는 사실과 전쟁이 일어날 위험. 불행하게도 그것 말고 아는 게 없는 경우가 많다. “나는 한국에 산다”고 하면 자주 듣는 답은 “오, 남한인가 북한인가”이다. “서울에 산다”는 말에도 같은 질문을 듣게 된다. 물론, 한류가 그 상황을 변화시키고는 있지만 시간이 걸린다.
관광객이 한국이라는 나라를 여러 번 다시 찾기를, 그리고 오래 머물며 많은 곳을 돌아보길 권한다. 한국은 먹을거리, 볼거리, 경험할 거리가 넘치고 넘친다. 매우 안전하고 대부분 깨끗하고 너무 비싸지도 않다. 이번에 평창을 방문한 서양 사람들이 이 점들을 기억하면 좋겠다.
재코 즈위슬랏 호주 출신 법무법인 충정 업무환경개혁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