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은정 서울북부지검 부부장검사(44‧사법연수원 30기)가 고(故) 김홍영 검사(사법연수원 41기)를 언급하면서 검찰 내 억압적인 조직문화의 단면을 드러낸 2016년 당시의 안타까운 사고가 재조명 됐다.
임은정 검사는 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지난 주 어느 저녁, 김홍영 검사의 어머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통곡으로 근황을 전하시더라. 떠들썩한 검찰발 뉴스에 홍영이 생각이 사무치신 듯 하다”면서 “이번 서지현 검사의 일은 한 개인의 문제, 남자 상사들과 여자 후배들의 문제가 아니라 조직에서 강자와 약자의 문제다. 검찰의 잘못된 조직문화와 시스템, 거기에 순응한 우리 검사들 탓이 아니냐. 서 검사의 일은 제가 겪은 일이기도 하고, 김홍영 검사의 일이기도 하며, 많은 검사들이, 수사관들이, 실무관들이 겪고 있거나, 곧 겪을 일”이라고 밝혔다.
2015년 4월 서울남부지검에 부임한 김홍영 검사는 잦은 휴일 출근을 비롯한 업무 스트레스에 시달리다가 2016년 5월 19일 자택에서 극단적 선택을 했다. 조사 결과, 김 검사는 상사였던 김대현 전 부장검사의 상습적인 모욕적 언행에 고충을 겪어온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김 검사의 집 안에는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해 끝까지 노력하려 한 듯 ‘내 잘못이 아니다’(NOT MY FAULT)라는 문구가 적혀 있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사진=채널A 캡처
법무부는 대검의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2016년 8월 김대현 부장검사에 대한 해임을 의결했다. 해임은 검사가 받을 수 있는 가장 높은 수준의 징계다. 당시 진상 조사와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며 사건을 공론화한 김 검사의 사법연수원 동기들은 폐쇄적인 검찰 문화가 화를 키웠다고 지적했다. 사법연수원 41기 동기회장인 양재규 변호사는 지난해 tbs와의 인터뷰에서 “다른 검사들도 나서서 상관에게 내용을 알리고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어야 하는데, 검사가 2000여 명에 불과하니 내부고발을 할 수 없다”면서 “내부고발 했다가 알려지면 찍힌다”고 꼬집었다.
김홍영 검사의 아버지인 김진태 씨는 “항상 내 머릿속에는 ‘왜 그랬을까. 뭔가 있긴 있는데 뭘까. 내부조직의 문제일까. 업무 분담의 문젤까. 상사의 문제는 이미 어느 정도 밝혀졌지만 내가 모르는 무언가 이유가 있을 거야’라고 상당한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면서 “이걸 어떻게 세상 밖으로 끄집어내야 하나 그래야 세상이 조금씩 밝아질 건데. 내가 아들로부터 받은 숙제이구나, 이런저런 생각에 그저 세월이 간다”고 말했다.
정봉오 동아닷컴 기자 bong08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