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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 인증샷’ 믿고 돈 보냈더니…평창 개막 코앞, 사기 수법도 가지가지

입력 | 2018-02-06 14:06:00



지난달 30일 회사원 김모 씨(37)는 이달 22일 열리는 평창 겨울올림픽 쇼트트랙 결승전 경기 티켓을 구입하려다 낭패를 당했다. 공식 티켓 예매처에서 판매하는 티켓은 매진된 상태. 온라인 중고거래 사이트에 티켓 구매 의사를 남기자 곧이어 판매자 유모 씨(27)의 연락이 왔다. 그는 상냥한 목소리로 거래 방법을 설명하며 김 씨의 이름과 송장번호가 적힌 ‘택배 인증샷’을 찍어 보냈다.

인증샷을 보고 안심한 김 씨는 티켓 4장 가격인 60만 원을 유 씨에게 송금했다. 하지만 돈을 보낸 직후 유 씨의 태도는 돌변했다. 사정이 있다며 티켓 발송을 계속 미뤘다. 어느 순간 답장도 오지 않았다. 뒤늦게 검색한 송장번호는 없는 번호였다. 김 씨는 “국내에서 올림픽을 볼 날이 앞으로는 없을 것 같아 거금을 들여 돈을 지불했었다”며 분통이 터트렸다. 그는 다른 피해자들과 함께 집단 소송까지 준비 중이다. 충남 공주경찰서는 유 씨에게 사기를 당한 피해자가 10명이 넘는 것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 중이라고 6일 밝혔다.

평창올림픽 개막이 코 앞에 다가오면서 이른바 ‘평창 사기’가 기승이다. 경기 티켓을 판매한다거나 평창 인근 숙소를 값싸게 예약할 수 있다며 온라인에서 돈을 받은 뒤 돌려주지 않는 방식이다. 사기 판매자는 올림픽 개막이 다가오면서 관련 상품의 구매 수요가 높아진 점을 악용하고 있다. 피해자 대다수는 간절한 마음에 별다른 확인 절차 없이 상품을 구매하다 사기를 당했다. 피해 금액은 10만~100만 원 이상까지 다양하다.

하루에 두 번 사기를 당한 피해자도 있다. 1일 회사원 정모 씨(33)는 온라인 중고거래 사이트에 올림픽 아이스하키 경기 티켓을 구한다는 글을 올렸다. 한국에 머무는 캐나다 친구가 경기를 꼭 보고 싶어 했기 때문이다. 정 씨는 판매자에게 티켓 2장에 20만 원을 보냈지만 판매자는 연락을 끊었다.

곧이어 또 다른 판매자와 연락이 닿았다. 수화기 너머 “티켓을 사려는 사람들의 전화가 계속 온다”는 대화가 들렸다. 당장 구매하지 않으면 표를 못 구한다는 생각에 덥석 30만 원을 보냈다. 하지만 그의 대화는 ‘연기’였다. 티켓은 오지 않았다. 정 씨는 “경기를 고대하는 캐나다 친구에게 뭐라고 말할지 부끄럽다”고 말했다.

평창의 숙박업소를 예약하거나 올림픽 관련 상품을 구매할 때도 비슷한 피해가 발생했다. 지난해 이모 씨(26·여)는 저렴하고 시설 좋은 평창의 숙소를 예약해준다는 A 씨의 홍보 글을 보고 돈을 보냈다. 하지만 알고 보니 A 씨는 해당 숙소와 전혀 관계가 없는 인물이었다. 지난달 7일 신고를 접수받은 경찰은 사기 등의 혐의로 A 씨를 수사 중이다. 지난해 충남 당진과 대전 일대에서는 평창 패딩을 판매한다고 속여 돈을 편취한 판매자들이 경찰에 붙잡혔다.

올림픽 캐릭터와 상표를 도용한 제품들을 판매해 수익을 챙긴 업자들도 적발됐다. 5일 특허청에 따르면 인형과 의류 등 평창올림픽 ‘짝퉁 제품’을 주문받아 판매한 업체 5곳을 상표법 위반 혐의 등으로 형사 입건해 조사 중이다. 인기 이모티콘인 ‘오버액션토끼’에 평창 패딩을 입혀 불법 판매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지난해에는 평창 패딩을 본 뜬 ‘팽창 패딩’이 판매됐다. SK텔레콤은 올림픽 공식후원사가 아니지만 공식후원사처럼 보이게 만든 광고 ‘앰부시(Ambush) 마케팅’을 해 특허청으로부터 시정 권고를 받았다.

경찰은 온라인 사기 피해를 예방하려면 직접 판매자를 대면한 뒤 실물을 확인하고 거래하는 게 안전하다고 조언했다. 부득이 온라인 거래를 할 경우 경찰청 ‘사이버 캅’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판매자의 계좌 이력을 확인하는 게 바람직하다. 또 소액의 수수료가 들더라도 ‘안전결제 서비스’를 이용해야 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

경찰청 사이버안전국 이성일 경정은 “올림픽이 며칠 남지 않은 시점에서 올림픽 상품 거래는 사기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귀찮더라도 확인 절차를 꼼꼼하게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