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핀이 안 뽑혀요. 이거 불량 소화기죠?”
6일 오전 서울 용산소방서에서 소화기를 붙잡고 30초가량 씨름하던 기자는 결국 ‘SOS(구조신호)’를 보냈다. 바로 옆에서 신호를 접수한 전민호 소방관(37·용산소방서 교육팀장)이 혀를 찼다. “왼손으로 손잡이를 누르고 있으니까 안전핀이 안 빠지죠.” 정신을 차리고 보니 기자의 손은 소화기 검은 손잡이를 꽉 잡고 있었다. 손을 떼니 안전핀이 쑥 빠졌다.
안전핀이 빠지는 순간 불쑥 걱정이 밀어닥쳤다. 안전핀이 뽑히면 소화액이 바로 분사되는 것은 아닐까. 전 소방관은 이제 미소까지 지었다. “손잡이를 쥐기 전까지는 안 나가요. 소화기 압력계 바늘이 초록색(정상)에 와 있는지부터 확인해보세요.” 바늘은 다행히 초록색을 가리키고 있었다. 바늘이 노란색(비정상)에 있으면 압력이 과하거나 부족해 분사되지 않을 수 있다고 했다. 기자가 ‘소화기 문맹’임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왼손으로 소화기 몸체를 잡아 고정시킨 뒤 안전핀 고리에 오른손 검지를 넣어 움켜쥔다. 팔꿈치에 힘을 줘 수평으로 잡아당기면 안전핀이 빠진다.
①사용 전 안전핀을 뽑아야 한다. 이때 검은색 손잡이를 누르면 안 된다. 안전핀 고리에 손가락을 넣고 살짝만 힘을 가하면 ‘툭’하고 빠진다.
바람을 등지거나(실외) 탈출구를 확보한 뒤(실내) 발화지점을 향해 손잡이를 누른다. 분사 방향은 위에서 아래로 25도 각도를 유지한다.
②뿌릴 때 손잡이를 꽉 쥐면 된다. 불이 난 곳을 향해 15도정도 살짝 아래로 숙인 뒤 빗자루 쓸 듯 좌우로 뿌린다. 안전거리 1~2m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천장 등 위를 향해 소화기를 쏘면 잘 나가지 않는다.
분사할 때는 빗자루 쓸 듯 좌우로 움직인다. 다만, 불이 천장으로 번지면 탈출구로 즉각 대피해야 인명피해를 막을 수 있다.
③소화기 분사시간은 최대 20초. 소화액이 무한정 나올 것으로 착각하면 안 된다.
작은 양철통에 종이와 비닐 등 가연성 물질을 넣은 뒤 휘발유를 뿌려 불을 붙였다. 불길은 눈 깜짝할 새 활활 타올랐다. 부채꼴 모양으로 소화기를 뿌렸다. 가로 세로 각 40㎝, 높이 1m 통에서 타오르는 불길을 완전히 잡는 데 30초 가까이 걸렸다. 서울소방재난본부 오승훈 소방관(32·소방교)은 “30초는 연기 발생을 최소화할 수 있는 골든타임이다. 이 시간 안에 소화기를 써서 화재를 초기에 잡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불길이 천장으로 번질 경우 소화기를 통한 진압은 포기하고 탈출구로 즉각 대피해야 인명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다.
분사형 소화기가 부담스러운 노약자나 어린이들은 투척용 소화기(용량 600g) 사용법을 알아두는 것이 좋다. 생수병 모양의 투명용기에 소화액이 담겨있어 한 손에 움켜쥘 수 있을 만큼 작고 가볍다. 보통 한 세트에 투척용 소화기 4개가 들어있다. 사용법은 간단하다. 불이 나는 곳을 향해 여러 개 연이어 던지면 된다. 용기가 충격을 받거나 열에 녹아 터지면서 불길이 진압되는 방식이다. 다만 큰 불이 났을 때는 소화액이 부족할 수 있다. 또 불길이 아직 약한 초기 단계인 경우 소화기를 던져도 제 때 터지지 않을 수 있다. 이 경우에는 불이 난 지점 바닥이나 가까운 벽에 보다 강한 힘으로 던져야 한다. 정확한 조준과 힘 조절이 핵심이다.
소화기는 어려지 않게 살 수 있다. 대형마트 일부에도 있다. 소방설비업체에서도 판다. 온라인 구매도 가능하다. 1개당 가정용은 2만~3만 원, 차량용은 1만5000원 안팎이다. 투척용은 7000원~1만 원 선이다. 요즘 크고 작은 화재가 이어지면서 일부 제품은 품귀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한 소방설비업체 관계자는 “소화기 수요가 눈에 띄게 늘었다. 당분간 찾는 사람이 계속 있을 것 같아 공급량을 최대한 늘리고 있다”고 전했다.
배준우 기자jjoonn@donga.com
사공성근 기자 40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