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매치포인트’의 한 장면. 사진제공|퍼스트런
<25> 영화 ‘매치포인트’
테니스 열풍이 불어올 분위기다. 한국 선수 최초로 4대 메이저대회 4강에 오른 정현(한체대)이 만든 열기다. 국내서는 야구, 축구 등과 비교해 비인기 종목으로 꼽히던 테니스가 하루 아침에 국민적인 관심을 받는 스포츠가 됐다.
정현이 테니스 코트 위에서 날리는 강한 서브와 스매싱은 그대로 통쾌한 카타르시스를 안기지만, 그보다 영국 귀족을 연상케 하는 단정하면서도 고급스러운 유니폼이야말로 테니스의 매력을 배가시킨다. 구매 욕구를 자극하는 세련된 유니폼은 당장이라도 테니스에 입문하고 싶은 마음마저 일으킨다.
그런 테니스를 다룬 영화도 여러 편이다. 그 가운데 ‘비주얼’로만 따진다면 2006년 개봉한 ‘매치포인트’가 단연 최고다. 테니스를 매개로 한 인간의 욕망과 사랑, 갈등을 녹여낸 덕분에 테니스 영화들 가운데 가장 먼저 손꼽히는 작품으로도 통한다.
물론 ‘매치포인트’는 정현의 경기처럼 흥미진진한 승부를 담는 데 주력하지 않는다. 테니스를 통해 만난 네 명의 남녀가 얽힌 욕망에 관한 이야기에 집중한다. 우디 앨런 감독의 연출작이란 사실은 작품을 향한 신뢰도를 높인다.
테니스 코트 위의 두 선수가 주고받는 승부처럼 영화 속 크리스와 노라의 사랑은 팽팽한 긴장을 동반하며 아슬아슬하게 펼쳐진다. 욕망에 빠져드는 두 인물을 연기한 배우 조나단 리스 마이어스와 스칼렛 요한슨의 10여 년 전 ‘리즈 시절’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