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에는 최영미 시인(57)이 지난해 12월 계간 ‘황해문화’ 겨울호에 게재한 ‘괴물’이라는 제목의 시가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달궜다. 시는 ‘En선생 옆에 앉지 말라고/문단 초년생인 내게 K시인이 충고했다/젊은 여자만 보면 만지거든//K의 충고를 깜빡 잊고 En선생 옆에 앉았다가/Me too/동생에게 빌린 실크 정장 상의가 구겨졌다’로 시작한다.
이어 ‘몇 년 뒤, 어느 출판사 망년회에서/옆에 앉은 유부녀 편집자를 주무르는 En을 보고,/내가 소리쳤다/“이 교활한 늙은이야!”/감히 삼십 년 선배를 들이박고 나는 도망쳤다’고 썼다.
이 시에 대해 ‘문단 내 성폭력 아카이브’ 트위터 계정에는 “문학이란 이름으로 입냄새 술냄새 담배 쩔은 내 풍기는 역겨운 입들”이라며 “계속해서 다양한 폭로와 논의와 담론이 나와야 한다”는 글이 올라왔다. “그분 말고도 이미 거물, 괴물이 된 작가들의 행태는 끼리끼리 두둔하며 감춰져 왔습니다”라는 글도 이어졌다.
법조계에서 촉발된 ‘미투’(Me Too·성폭력 피해고발) 운동이 문학계로 번졌다. 지난해 12월 최영미 시인은 계간 문예지 ‘황해문화’ 겨울호에 ‘괴물’이라는 제목의 시를 올렸다. 2018.02.06.(사진=‘문단 내 성폭력 아카이브’ 트위터) photo@newsis.com
영화계에서는 여성 영화감독 B 씨가 2015년 여성 영화감독 A 씨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최근 페이스북에 해시태그 ‘미투’를 달고 폭로했다. A 씨는 술에 취해 B 씨의 신체 일부를 만지며 유사 성행위를 했고 뒤늦게 이를 안 B 씨는 준유사강간 혐의로 A 씨를 고소했다. 지난해 12월 대법원은 A 씨에게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한국영화감독조합은 A 씨를 6일 제명했다.
한 영화계 관계자는 “크고 작은 일들을 당해도 침묵할 수밖에 없던 이들이 하나둘 나서며 물꼬가 터졌다. 주변을 봐도 피해자들은 영화판의 힘없는 ‘을’들인 경우가 많아 씁쓸하다”고 털어놨다.
일각에서는 사실 관계에 대한 정확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2016년 문단 성폭력 폭로 당시 가해자로 지목된 박진성 시인은 무혐의 처분을 받았지만 수차례 자살을 시도하기도 했다. 역시 가해자로 지목된 부산 동아대 손모 교수(당시 34세)는 2016년 6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진범은 이후 밝혀졌다.
손효림기자 aryssong@donga.com
최고야 기자 bes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