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 고강도 규제에 시장 패닉
국내외에서는 가상통화 시장에 낀 거품이 붕괴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의 실명제에 이어 미국 금융당국의 시세 조작 의혹 조사, 중국의 거래소 웹사이트 차단 등 각국 정부의 고강도 규제가 한꺼번에 맞물리면서 공포 심리가 커져 가격 급락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 비트코인 가격 한 달 만에 4분의 1 토막
앞서 가상통화 시세가 급락한 2일 ‘검은 금요일’에 심리적 저항선으로 꼽히던 ‘1000만 원(비트코인), 100만 원(이더리움), 1000원(리플)’ 선이 무너진 이후 나흘 만에 ‘700만 원, 70만 원, 700원’ 선도 붕괴됐다. 가상통화 투자가 불붙기 시작한 지난해 10월 수준으로 돌아간 것이다.
해외 시세도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비트코인 국제가격은 이날 장중 한때 5994달러까지 떨어졌다가 등락을 반복하며 6000달러 위에서 움직이고 있다. 비트코인 가격이 5000달러대로 떨어진 것은 지난해 10월 27일 이후 처음이다. 비트코인 시가총액도 하루 새 약 37조 원이 증발했다.
국내외에서 이렇게 비트코인 가격이 급락하고 있는 것은 주요국에서 강화되고 있는 가상통화 규제 때문으로 분석된다. 지난달 30일 한국이 실명제를 실시한 데 이어 중국 정부는 5일 가상통화 거래와 관련한 모든 웹사이트를 폐쇄키로 했다. 미국 정부는 미 달러화와 연동된 가상통화인 ‘테더코인’의 시세 조작 의혹을 조사하고 있다. 이광상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원은 “앞으로 더 강한 규제들이 나올 수 있다는 불확실성에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가격 급락이 가상통화 시장의 거품이 꺼지는 징조라고 분석했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언젠가 거품이 빠지지 않을까 불안해했던 투자자들의 심리적 공포가 현실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가상통화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기존 투자자들도 추가 투자를 망설이다 보니 거래소의 실명 전환도 지지부진한 실정이다.
빗썸, 업비트, 코인원, 코빗 등 주요 거래소 4곳에서 5일까지 실명 전환된 가상계좌는 15만5800계좌로, 전체 가상계좌(176만 개)의 8.9%에 그쳤다.
실명 전환을 하지 않으면 추가 입금이 안 되고 출금만 할 수 있다. 이처럼 실명 전환율이 떨어지는 것은 기존 투자자들이 가상통화 시장에서 투자금을 빼려는 신호로 해석되고 있다. 실제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분석업체 와이즈앱에 따르면 가상통화 앱 사용자는 1월 3주차 200만 명에서 이달 4일 186만 명으로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거래 중단’을 선언하는 거래소도 나타났다. 코인피아는 “6일 0시부터 거래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코인피아 투자자들은 원화를 출금하거나 예치해둔 가상통화를 자신의 전자지갑 또는 다른 거래소 전자지갑으로 옮겨야 한다.
한 중소 거래소 관계자는 “하루 평균 거래하는 회원 수가 6만∼7만 명에서 900명으로 쪼그라들고, 고객 예치금도 며칠 새 100억 원 이상 빠져나갔다”고 말했다.
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