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노원구 등 전세가율 70% 넘어 “2억 이내로 투자” 실수요자들 몰려… 집주인은 “값 오를것” 매물 거둬 전문가 “금리 부담-집값 하락 위험”
서울 성북구 길음동 H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6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길음동 일대는 아파트 매매가와 전세금의 차이가 2억 원 이내로 적어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갭투자’ 문의가 요즘도 끊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시세차익을 노린 투자도 있지만 값이 더 오르기 전에 전세를 끼고라도 내 집을 마련하겠다는 실수요자가 많다”고 전했다.
최근 강남을 중심으로 집값이 크게 오르면서 서울의 전세가율(아파트 매매가 대비 전세금의 비율)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하지만 성북구 등 일부 전세가율이 높은 지역을 중심으로 전세 낀 매물을 찾는 수요는 여전하다. 값이 더 뛰기 전에 사놓자는 추격매수의 성격도 있다.
길음동 D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며칠 전 길음뉴타운 래미안 8단지 111m²(이하 전용면적)가 6억5000만 원에 거래됐다. 전세금 5억3000만 원을 낀 아파트였는데 매수자가 집도 안 보고 샀다”고 했다. 월세, 반전세를 낀 아파트는 자금 부담이 커서 기피하고 전세를 낀 매물을 많이 찾는다는 것이다.
지난달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대출 대신 전세를 끼고 내 집 마련에 나서는 실수요자도 있다. 구로구 신도림동의 A부동산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근처 e편한세상 1차 59m² 아파트가 지난달 전세 3억6000만 원을 끼고 4억7000만 원에 팔렸다. 매수자가 현재 살고 있는 전셋집 만기가 남았는데 그 사이 가격이 오를까 봐 미리 전세를 안고 사둔 것”이라고 했다. 한때 ‘갭투자의 성지’로 불린 노원구에서도 이전보다는 줄었지만 여전히 갭투자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거래는 활발하지 않은 분위기다. 집값 상승을 기대하는 집주인들이 매물을 안 내놓기 때문이다. 서대문구의 J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엊그제 전세금 3억8000만 원을 낀 천연뜨란채 아파트(75m²)를 4억9000만 원에 사겠다는 사람이 나타났는데 집주인이 집값이 오를 것 같으니 몇 달 더 기다리겠다고 해서 계약이 안 됐다”고 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지금 갭투자에 뛰어드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4월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 시행 등 정부의 규제가 본격화하고 있는 데다 본격적인 금리 인상기에 접어들면 집값 하락 압력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2, 3년 사이 갭투자가 늘면서 전세물량이 늘었고 서울 근교 수도권의 입주물량이 늘어난 점도 변수다.
주애진 기자 ja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