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베로 여오현의 풀타임 가동이 시작됐다. 그만큼 현대캐피탈의 정규리그 우승 조기 확정 가능성은 올라가고 있다. 스포츠동아DB
현대캐피탈과 맞붙는 팀들은 하나의 불문율을 머릿속에 심고 코트에 들어온다. ‘여오현(40)에게 서브를 넣지 말라.’ 그쪽으로 서브가 향하는 순간, ‘퍼펙트 리시브’ 확률이 치솟는다. 그러면 중앙 속공, 좌·우 사이드 공격, 그리고 파이프(레프트의 후위 백어택)까지 4명의 플레이어가 동시에 움직이는 현대캐피탈의 스피드를 따라잡기란 불가능에 가까워진다.
즉 여오현은 현대캐피탈의 소위 ‘스피드배구(토탈배구)’의 시작점이다. 여오현이 코트에 있을 때, 팀 전술 운영의 폭은 극대화된다. 그럼에도 현대캐피탈 최태웅 감독은 5라운드 중반까지 한 가지 ‘원칙’을 관철했다. 여오현의 출장 범위를 제한한 것이다. 현대캐피탈의 25번째 경기였던 ‘도드람 2017~2018 V리그’ 1월 27일 대한항공전까지 여오현은 서브리시브 시에만 코트에 들어왔다. 현대캐피탈이 서브를 넣을 때는 백업 리베로 박종영이 뛰었다.
최 감독은 이 ‘봉인’을 1월 31일 한국전력전부터 풀었다. 여오현의 풀타임 가동이 시작됐다. 그동안 바깥에 알리지 않았을 뿐, 치밀하게 계산된 포석이었다. 여오현이 당대 최고 리베로임에 틀림없어도 40대에 접어들었다. 회복력이 예전 같을 수 없다.
여오현이 코트에 들어오면 리시브, 디그뿐 아니라 토스까지 가담한다. 나머지 선수들이 느끼는 심적 안정감은 배가된다. 실제 현대캐피탈은 1월 31일 한국전력과 2월 4일 OK저축은행을 세트스코어 3-0으로 이겼다. 현대캐피탈은 경쟁팀이 지치는 막판 스퍼트 구간에서 탄력을 받고 있다. 시즌 플랜의 승리라 할 수 있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