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차 운전 훈련용 시뮬레이터 기차에 탄듯 진동 그대로 느껴지고 주변 풍경도 실제처럼 지나가 제작비 저렴해 매출 급성장… 車-중장비-헬기 등으로 영역
본보 김성규 기자가 서울 마포구에 있는 가상현실(VR) 시뮬레이터 개발업체 ‘이노시뮬레이션’에서 열차 운전 훈련용 VR를 체험하고 있다. 기자가 보고 있는 장면이 모니터에도 그대로 나타난다. 현재 개발 중인 VR여서 열차 조작은 조이스틱을 사용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VR가 ‘실용성’을 무기로 다시 명예회복에 나서고 있다. 그간 게임과 미디어 시장의 판도를 바꿀 것으로 주목받았던 VR가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가가 많았었다. 하지만 최근 교육훈련이나 가상실험 등 용도가 명확한 기업 간 거래(B2B) 시장에서 VR가 효용성을 인정받으면서 급성장하고 있다.
이노시뮬레이션은 지게차 등 중장비 운전 훈련, 자동차 시뮬레이터, 잠수함·헬리콥터 등 다양한 훈련용 VR를 개발하고 있다. 2000년 설립된 이 회사의 매출은 2015년 100억 원, 2016년 180억 원, 지난해 300억 원 등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올해는 600억 원이 목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VR·증강현실(AR) 산업 현황을 용도별로 구분해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한국가상증강현실산업협회와 함께 통계 자료를 수집하기 시작했다.
효율성도 좋다. 현재 항공기 조종석을 그대로 구현하는 시뮬레이터를 설치하려면 커다란 공간이 필요하고 사방을 디스플레이로 둘러야 해 제작비가 많이 든다. 큰 시뮬레이터를 움직이기 위한 에너지도 만만치 않다. 가장 큰 민항기인 A380 시뮬레이터는 1대에 200억 원이 넘는다.
반면 이를 VR로 대체하면 제작비도 크게 낮아지고 좁은 공간에서 여러 명이 동시에 훈련받을 수 있다. 또 훈련받는 사람들끼리 같은 가상공간 안에서 활동할 수 있다.
‘실용적’ VR는 다양한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자율주행차의 주변 사물 인식 기능이 잘 작동하는지 VR를 이용해 사전 테스트를 해볼 수 있다. 손에 끼고 특정한 위치에서 어떤 행동을 하면 실제로 사물을 만진 것처럼 손에 자극을 주는 ‘가상현실 장갑’도 더 발달하면 레버나 버튼을 따로 만들지 않고 소프트웨어만으로 가상공간을 구현할 수 있다.
조준희 이노시뮬레이션 대표는 “훈련용 VR는 훈련 대상 장비에 대한 지식이 중요해 단순 VR 기술만으로는 베끼기 힘들다”며 “중국도 VR 기술이 좋지만 실제 장비에 대한 지식에서 한국이 앞서는 만큼 경쟁력이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