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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차 경쟁 앞서려면… 기업은 생산비, 정부는 규제 낮춰야”

입력 | 2018-02-07 03:00:00

맥킨지 수소-친환경車 전문가 베른트 하이트 씨 인터뷰




수소차 분야 전문가 베른트 하이트 씨는 “수소차 산업은 국가 간 경쟁이 아니라 상호의존이자 협력 사안”이라고 말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수소연료전지자동차(FCEV) 경쟁에서 앞서 나가려면 기업은 생산 비용을 낮추고 정부는 규제를 풀어야 한다.”

5일 서울 중구 글로벌 컨설팅 기업 맥킨지 서울사무소에서 만난 베른트 하이트 맥킨지 독일 쾰른사무소 시니어파트너(44)는 “한국 정부가 국가 차원의 수소 로드맵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이트 시니어파트너는 맥킨지에서 수소차와 친환경차 분야의 권위자로 꼽힌다. 지난해 1월 다보스포럼(세계경제포럼)에서 수소위원회 창설을 주도한 인물이다. 그는 국회 국제수소에너지포럼에 참석하고 친환경차 관련 기업과 만나기 위해 처음 한국에 왔다. 최근 현대자동차가 수소차 넥쏘(Nexo)로 고속도로 자율주행에 성공하면서 산업계의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그에게 수소차의 현재와 미래를 들어봤다.

하이트 시니어파트너는 “수소차와 충전 인프라는 정부와 민간이 공동 연구하고 보급하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수소차 산업계 전반에 대한 정부의 계획과 기획이 필수적이다. 여러 관련 기업 사이에서 정부가 중추적인 조율자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은 2013년 현대차가 ‘투싼ix35’를 선보이면서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수소차 양산에 성공했다. 하지만 이를 뒷받침할 인프라가 없어 일본 등 경쟁국에 추월당했다. 현재 국내 수소차 충전소는 12곳, 일반 시민이 이용할 수 있는 충전소는 7곳뿐이다. 일본은 이미 충전소를 100곳 이상 세웠고, 독일도 42곳을 가동 중이다. 독일은 2023년까지 400곳으로 늘릴 계획이다.

하이트 시니어파트너는 글로벌 수소차 경쟁을 이끌 국가로 일본 독일 한국 미국을 꼽았다. 그는 “중국에서도 강력한 모멘텀이 생기고 있고, 속도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올해 미국 라스베이거스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서 “(수소차는) 미국보다 유럽 시장이 중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하이트 시니어파트너는 “그 말이 맞다고 본다. 독일과 프랑스가 빠르게 움직이고 있고, 스칸디나비아, 베네룩스(벨기에 네덜란드 룩셈부르크) 국가들도 함께 움직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친환경차 경쟁에서 한국 현대차는 수소차를, 일본 도요타는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 시장에 주력하고 있다. 하이트 시니어파트너는 “배터리전기차(BEV)와 수소차는 경쟁 관계나 독식 관계가 아니라 상호보완 관계”라며 함께 공존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충전시간이 오래 걸리는 전기차는 배터리 탑재량을 줄여 도심용 소형차로서 강점을 가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충전시간이 짧고 주행거리가 긴 수소차는 장거리용 차량이나 레저용, 산업용, 대중교통에 강점이 있다고 봤다.

수소차는 친환경적이고 성능도 좋지만 아직 대당 가격이 1억 원에 달한다. 하이트 시니어파트너는 “장차 수요가 늘어 대규모 생산 체제로 들어설 수 있다면 비용과 가격은 급격히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수소에너지 사회로 전환하려면 초기 단계에서 정부가 제반 경제조건을 만들어주는 역할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미래 수소차 산업을 이끌 기업에 대해서는 “개별 기업을 언급하기 어렵지만 현재 현대차, 도요타, 벤츠가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에 오면서 동아일보 기사를 통해 현대차 넥쏘가 최초로 자율주행을 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매우 진일보한 차량이라 시승해보고 싶다”고 했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