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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 경영의 지혜]기술은 따라 해도 노하우는 흉내낼 수 없다

입력 | 2018-02-07 03:00:00


외부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오픈 이노베이션(open innovation·개방형 혁신)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불가피한 기업 전략이다. 기업 내부 자원만으로는 빠르게 발달하는 기술 속도에 대응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업들은 정보 유출 우려 때문에 선뜻 오픈 이노베이션을 선택하지 못한다. 특정한 기술을 보유한 파트너를 찾는다는 정보는 자사의 신제품 개발 계획을 노출하는 꼴이 된다. 파트너와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자사의 핵심 기술이 빠져나갈 위험도 있다. 기업들이 오픈 이노베이션을 실행할 때 내부의 핵심 기술을 효과적으로 보호하는 기술보호전략(technology appropriation)을 치열하게 고민하는 이유다.

기업들 대부분은 가장 효과적인 기술보호전략을 특허라고 생각한다. 법적 테두리 내에서 기업 고유의 기술을 보호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스위스와 네덜란드 연구진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특허와 같은 제도적인 기술보호전략이 항상 효과적인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급진적인 혁신을 추구하는 기업에 방해 요소로 작용했다. 특허를 출원하는 과정 자체가 기업 핵심 정보를 노출하는 단서가 됐다. 또한 새로운 기술의 핵심 내용을 문서화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었다. 연구자의 숙련도나 연구 노하우가 신기술의 핵심 성과물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연구진에 따르면 핵심 기술에 녹아있는 기업 고유의 노하우나 지식 같은 비제도적 기술보호전략이 오히려 더 효과적인 경우가 많았다. 핵심 기술 안에 노하우 등의 비중이 높으면 모방이 쉽지 않다. 예를 들어 핵심 기술을 구현하는 과정을 복잡하게 설계하면 축적된 노하우 없이 따라 하기 힘들다. TV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맛집들이 자신 있게 비법을 공개하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요리 과정이 복잡하거나 요리사만의 노하우가 있으면 조리 방법을 공개하더라도 같은 맛을 내기 어렵다.

새로운 제품이나 기술을 개발할 때 특허의 효과를 맹신하기보다는 내부 핵심 자원을 보호하기 위한 스마트한 안전장치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

안준모 서강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 jmahn@soga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