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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판사 인신공격, ‘재판 독립’에 중대한 위협이다

입력 | 2018-02-07 00:00:00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집행유예 선고로 석방한 항소심 재판부에 대한 비난이 도를 넘었다. 인터넷에서는 항소심 재판부 판사들에 대한 원색적인 욕설, 본인뿐만 아니라 가족에 대한 신상 털기를 촉구하는 글, 삼성과 관련짓는 억측 등 인신공격성 댓글이 쏟아지고 있다. 청와대 청원게시판에는 판사 특별감사 청원 글이 11만 명 넘는 지지를 얻고 파면 청원 글까지 수백 건 올라왔다.

특검의 수사와 기소가 여론의 영향을 받았고 따라서 특검 기소 내용의 대부분을 기각한 판결에 비판적인 여론이 있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판결에 대한 건전한 비판을 넘어 판사들을 향한 정신적 린치에 가까운 집단 인신공격은 재판의 독립에 대한 중대한 위협이다.

여당의 대표적 인사들이 앞장서 분노 운운하고 억측을 늘어놓는 것도 무책임하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어제 원내대책회의에서 “사법부를 존중하는 마음에 앞서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고 말했다. 법사위원장을 지낸 박영선 의원은 삼성과 법관의 유착인 ‘삼법유착’이라고 부르며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이 부회장 1심 판결이 나올 때쯤 서울고법에 형사13부를 신설해 사건을 배당했다”는 황당한 음모론을 제기했다. 직전 원내대표였던 우상호 의원은 “법원에 정경유착 근절 의지가 없다”며 비난했다.

법원 판결도 비판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입법부나 행정부의 판결에 대한 비판은 삼권(三權)분립 원칙의 훼손이 될 수 있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가 지난해 11월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과 임관빈 전 국방부 정책실장이 법원 구속적부심을 통해 석방되자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불신’ 운운한 것이나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지난해 9월 고용노동부의 5차례 소환에 응하지 않은 김장겸 당시 MBC 사장에 대해 법원이 체포영장을 발부하자 “문화대혁명이냐”고 반발한 것이 다 그런 소지가 있다.

요즘 사회적 논란이 되는 사건을 재판하는 판사들은 여론에 맞설 용기가 없으면 소신 있는 판결을 하기 어려운 환경에 처해 있다. 재판은 권력으로부터 독립하는 것 못지않게 여론으로부터 독립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한 환경을 만들 책임은 누구보다 김명수 대법원장에게 있다. 지금은 법원이 대응을 자제할 때가 아니다. 김 대법원장이 나서서 외부의 재판 독립 침해 행태에 단호한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야 할 바로 그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