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산하 검찰 과거사위원회가 1985년 김근태 고문 사건과 1987년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등 12건을 대상으로 선정해 조사에 들어갔다. 이 밖에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1991년)과 PD수첩 사건(2008년), 민간인 불법사찰 의혹 사건(2010년) 등 10건도 포함됐다. 작년 12월 출범한 과거사위는 위원장 김갑배 변호사 등 9명 중 5명이 민주화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출신으로 편향성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선정된 사건 12건 중 4건은 5, 6공화국 당시 발생했다. 약촌오거리 사건, 삼례 나라슈퍼 사건 등 2건만 김대중 정부 때 일어난 강력사건이다. 나머지 6건 중 5건은 이명박 정부 때, 김학의 차관 사건만 박근혜 정부 때다. 과거위의 선정 결과를 분석해 보면 결국 ‘보수우파 정권 흠집 내기에 치우친 것 아니냐’는 뒷말이 나올 소지가 있다.
1980년대 발생한 김근태 고문 사건과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은 축소 은폐 등 대응 과정에서 검찰의 권력 굴종과 고문 방조 얼개가 드러났다. 과거사위가 30년 넘게 지난 두 사건을 다시 조사해 봐야 피해자나 책임자 사망으로 진상을 밝혀내는 성과를 내긴 힘들다. 영화로 상영돼 고문의 세세한 내용까지 많은 국민이 아는 사건에 힘을 뺄 필요가 있는가.
광우병 쇠고기를 다룬 PD수첩 보도는 평가가 극에서 극으로 엇갈린다. 그러나 사실왜곡과 의도적인 편집의 문제를 다수의 언론학자들이 지적한 바 있다. 대법원이 이 사건 관련자들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것은 여론 형성이라는 언론의 공익적 기능을 감안한 것일 뿐이다. PD수첩 기소를 권력에 의한 언론 탄압에 포함시켜 ‘검찰 적폐’로 지목하고 조사 후 관련 검사들을 망신 주면 공연한 분란만 초래할 것이다.
과거사 청산의 참뜻은 권력자뿐만 아니라 젊은 세대까지 역사에서 교훈을 얻고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게 하는 데 있다. 법무 및 검찰의 고위책임자와 정권의 유착관계를 밝혀내고 그런 유착을 초래한 구조적 요인까지 감안해야 진상이 규명될 수 있다. 반민주·반인권적 검찰권 행사에 연루된 사람을 망신 주고 단죄하는 일회성 행사로는 검찰의 어두운 과거가 청산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