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치우려고 그래? 절대 못 들어가!”
5일 오전 서울 중구 동국대 본관 여자 화장실 앞에서 고성과 함께 실랑이가 벌어졌다. 소리를 지른 건 화장실 문 앞에 있던 한 60대 여성이다. 이 여성은 화장실로 다가오는 한 교직원 앞을 가로막았다. 이어 “화장실 이용도 안 되느냐”며 항의하던 교직원을 몸으로 밀어냈다.
요즘 동국대 곳곳에서 벌어지는 모습이다. 지난달 29일 이 학교 청소근로자 78명 중 47명이 파업을 시작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서울일반노조 동국대분회 소속 근로자들이다. 이들은 한파 속에 본관 로비에서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청소는 다른 노조 소속 30명과 비노조원 1명이 맡고 있다. 청소 인력이 절반 이하로 줄면서 건물 14곳 중 9곳의 쓰레기 수거가 중단됐거나 차질을 빚고 있다.
학교는 점점 ‘쓰레기 천국’으로 바뀌고 있다. 6일 찾은 동국대 문학관 1층 여자 화장실에는 휴지와 컵라면 용기 등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었다. 복도에도 음식물 찌꺼기와 페트병 등 각종 쓰레기가 쌓여 있었다. 영하 12도의 추위에도 악취가 풍겼다.
동국대 청소근로자는 2013년 107명이었다. 5년 사이 29명이나 줄었다. 지난해 말 8명이 퇴직했다. 학교 측은 다른 근로자를 채용하는 대신 근로장학생(학교 일을 하고 장학금을 받는 학생)으로 충원하기로 했다. 근로자들은 발끈했다. “이렇게 매년 퇴직자를 학생들로 대체해 결국 모든 청소근로자를 없애려는 것”이라며 정식 근로자 고용을 요구했다. 그러나 학교 측은 “10년간 등록금이 동결됐고 입학금도 폐지됐다. 인건비 상승을 감당할 수 없다”며 거부했다. 청소근로자 문제는 동국대만의 일이 아니다. 최저임금 인상을 전후로 주요 대학마다 비슷한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견이 팽팽해 어느 한쪽의 일방적 희생으로는 해결이 어렵다.
동국대의 경우 파업 후 지금까지 학교와 근로자 측이 협상조차 하지 않았다. 방학 중에도 취업 준비를 위해 학교를 찾은 많은 학생이 불편을 겪고 있다. 당장 신입생을 맞아야 하고 새 학기 개강이 다가왔지만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동국대 4학년 김모 씨(26)는 6일 본관 곳곳에 쌓인 쓰레기를 바라보며 “파업을 할 수밖에 없는 분들의 처지도, 학교의 입장도 어느 정도 이해한다. 하지만 타협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는 건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신규진 newjin@donga.com·이지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