욘시의 ‘Go’ 표지.
#277 J먉nsi ‘Go Do’(2010년)
입춘이 지났음에도 봄의 낯빛은 간데없다.
이쯤 되니 망상을 하기로 한다. 물에 얼마간 담가두면 몸집이 불어나는 공룡 장난감 하나를 생각해보기로. 봄은 지금 어딘가에서 몸집을 불리고 있다고. 기다려보자고.
실은 아이슬란드 음악가 욘시의 노래 ‘Go Do’를 듣다 이 구절에 의식이 꽂힌 것이다. 2010년 앨범 ‘Go’를 여는 이 곡은 ‘생동(生動)’이란 단어를 4분 40초짜리 음악에 영원히 구금한 것 같다.
빼꼼. 휘리릭! 곡의 첫머리에 고개를 내미는 욘시의 공기 같은 목소리 조각들. 이내 피콜로가 나타나 새의 지저귐처럼 오르내리고, 숲의 심장 고동처럼 북소리가 울린다. 한 줄기 봄볕의 습격에 숲의 정령들은 깜짝 놀라 깨어난다. 일제히 튀어나온다. 욘시는 이렇게 생동하는 소리의 풍경을 귀에 대고 보여준다.
‘어서 노래해. 너무 큰 소리로/목이 트일 때까지 크게 불러’ ‘북을 두드려. 자신감 넘치도록/손이 아파올 때까지 크게 두드려.’
욘시는 나아가라고, 당신의 날이 밝을 때까지 세상을 끝내 흔들어 깨우라고 노래한다. ‘우린 항상 알고 있어야 해. 우린 뭐든지 할 수 있다는 것을.’
‘구름에 줄을 걸어/당신만의 호수를 만들어, 흘려보내/씨앗을 뿌려 싹트게 하고/당신은 쉬는 거지. 자라게 놔두라고.’
이때 카메라가 숲 대성당의 뒤를 비춘다. 푸른 잎사귀 예복 차림의 성가대원들, 욘시의 독창을 거든다. 한 걸음 더 나아가자고 재촉한다. ‘끝없는 여름이여/끝없는 여름이여….’
수억 명이 부르는 마음의 노래, 추위가 어서 물러나길 바라는 열망의 소리 없는 합창. 여기에 못 이겨 꽃들은 매년 대지 위로 나오는 것인지 모르겠단 생각을 했다. ‘Spring’은 용수철이고 샘이다. 우리는 봄을 본다.
얼어붙은 땅 밑에 거대한 그것이 있다. 자라게 두라. 못 견디게 커지도록, 그래서 어느 날 대지 위로 폭발해 솟구치도록 내버려 두라. 그날 행복이 만발하게 두라.
임희윤 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