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야 지킨다, 족집게 ‘생존 수칙’]<3> 소화전 사용법
“방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손에 든 소방호스가 팽팽히 당겨졌다. 호스 끝 노즐(분사구)을 왼쪽으로 돌리자 물줄기가 세차게 뿜어져 나왔다. 손이 덜덜 떨렸다.
7일 오전 서울 관악구 관악소방서 옥상. 한 층 아래 소화전에서 30m짜리 소방호스를 꺼내 들고 뛰어올랐다. 이어 소화전 앞에 있던 본보 사회부 조유라 기자가 빨간색 밸브를 돌렸다. 납작했던 소방호스가 부풀더니 금세 단단해졌다. 물의 힘은 생각보다 거셌다. 키 172cm, 몸무게 66kg 기자의 팔과 상체가 흔들렸다.
기자의 엉거주춤한 자세를 지켜보던 이용두 관악소방서 소방관(54·소방위)이 외쳤다. 그의 말대로 자세를 바꾸자 훨씬 안정적이었다. 노즐을 왼쪽으로 돌리자 물줄기 범위가 넓어졌다. 다시 오른쪽으로 되돌리자 범위가 좁아지면서 강도가 훨씬 세졌다. 가정용 수도호스와 비교가 안 됐다. 평소 관심 없었던 소화전의 재발견이었다.
소화전은 소화기만큼이나 쉽게 볼 수 있다. 대형마트나 백화점 등 다중이용시설은 물론이고 아파트 같은 공동주택, 사무용 빌딩 등에 빼놓지 않고 있다. ‘화재예방,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소방시설법)’에 따라 이런 건물에는 반드시 소화전을 갖춰야 한다. 스프링클러, 소화기와 함께 초기에 불을 끌 수 있는 소화 설비 ‘3종 세트’다.
보통 옥내 소화전에는 직경 40mm짜리 소방호스(길이 15m) 2개가 있다. 소방차 호스(직경 65mm)보다는 작다. 2개를 연결해 사용할 수 있다. 건물 내부 구조를 감안하면 대략 25m 거리까지 호스를 이동할 수 있다.
하지만 소화기와 달리 소화전을 사용하는 건 낯설다. 주변에서 소화기는 몰라도 소화전을 사용했다는 사람은 찾기 힘들다. 소방관이 아닌 일반인은 소화전 사용이 금지된 걸로 아는 사람도 많다. 관심이 없는데 관리가 제대로 될 리 없다. 지난달 28일 일가족 3명이 숨진 서울 은평구 아파트 화재 때 소화전 물 공급이 중단돼 진화가 늦어졌다. 지은 지 오래된 아파트 중에서는 동파를 걱정해 소화전을 잠그는 경우가 종종 있다. 아파트 복도에 있는 소화전이 ‘부재중 택배 보관함’으로 사용된 지도 오래다. 소방시설법에 따르면 점검과 정비 때를 제외하고 잠금장치나 차단 등 소방시설 기능에 영향을 주면 안 된다.
소화전은 소화기처럼 누구나 사용할 수 있다. 효과는 소화기보다 월등하다. 정확한 사용법을 알면 화재 초기 때 큰 도움을 얻을 수 있다. 가능하면 2명이 함께 쓰는 게 좋다. 한 사람은 노즐을 잡고 불이 난 지점으로 뛰어가고, 다른 사람은 소방호스가 꼬이지 않도록 풀어 주고 밸브를 열어야 한다. 급할 때 소방호스를 빨리 풀려면 ‘갈지(之)자’ 형태로 엇갈려 접어 놓아야 한다.
서형석 skytree08@donga.com·조유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