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8년 서울올림픽 개회식에서 출전 선수 대표로 선서한 허재 한국 농구대표팀 감독(가운데)
“어찌나 긴장이 되던지 전날 밤 잠을 설쳤습니다. 가문의 영광인데 평생 잊을 수 없죠.”
23세 청년으로 전 세계 시선을 한 몸에 받았던 그는 어느덧 50대 중반이 됐다. 머리카락은 많이 빠지고 하얗게 됐지만 그날의 감동은 여전히 생생하다.
허재 한국 농구대표팀 감독(53)은 선수 시절인 1988년 서울올림픽 개회식에서 1만3000명 출전 선수를 대표해 선서를 했다.
허 감독은 “평창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러 서울올림픽을 능가하는 성과가 있기를 기대하는 데 걱정도 된다. 메달도 많이 나오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북한 관련 뉴스에 관심이 집중되면서 정작 주인공인 출전 선수들이 중심에서 벗어난 것 같아 아쉽다는 게 그의 얘기다.
허 감독은 “농구 대표팀 경기가 있어 평창에 가기는 쉽지 않다. 최근 어려움을 겪은 쇼트트랙 심석희를 응원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또 “겨울올림픽의 꽃인 아이스하키 결승에서 누가 맞붙을지 흥미롭다”고 덧붙였다.
임춘애 성화 최종 봉송
임춘애 대한육상경기연맹 전 여성위원회 위원(49)에게도 서울올림픽은 잊지 못할 추억의 공간이다.
1986년 서울 아시아경기에 출전해 여자 육상 800m, 1500m, 3000m에서 3관왕에 오른 그는 서울올림픽 최종 성화봉송 주자로 나섰다.
성화 최종 봉송주자의 중책을 맡은 데는 행운이 따랐다고 털어놓았다. “대회 개막 3일전 일본 언론에 고 손기정 선생님이 최종주자라고 미리 보도되면서 비밀이 새어나가 내게 넘어왔어요.”
임 전 위원은 “손 선생님이 들고 온 성화를 건네받아 잠실 올림픽주경기장을 도는 데 가슴이 터질 것 같았다. 모든 사람이 기립박수를 보냈다”고 말했다. 그 역시 “북한 이슈에 묻혀 주객이 전도된 느낌”이라며 아쉬움을 표시했다.“
조용철 대한유도회 부회장은 서울올림픽 기수로 개회식에 참석했다. 180cm, 116kg의 체격 조건에 기수를 맡은 조 부회장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얼굴이라는 생각에 부담이 컸다. 당시 난 군인 행진하듯 너무 긴장되고 경직됐다. 평창에선 기수가 자유롭게 밝고 개성있는 표정을 지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한국 선수단 기수로 선정된 한국 봅슬레이 간판 원윤종에 대해 조 부회장은 ”잘 생기고 체격도 좋다. 참 잘 선발한 것 같다“고 기대감을 밝혔다.
안재형과 자오즈민
안 감독은 “30년 전과는 시대가 달라졌다. 우리는 선수 때 늘 성적에 고민하고 주변을 돌아볼 여유가 없었다. 요즘 세대는 즐기면서도 열심히 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고 말했다. 서울올림픽에서 유남규와 남자 복식 동메달을 딴 그는 ”외국 선수들과도 활발하게 교류하고 멋진 추억을 쌓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