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야 지킨다, 족집게 '생존 수칙']<4> 유독가스 속에서 대피 체험
7일 본보 김동혁 기자가 오른팔로 코와 입을 막은 채 비상구를 찾아가는 화재 대피 훈련을 하고 있다. 김아연 기자 aykim@donga.com
‘진짜라면 꼼짝없이 죽을 수 있겠구나.’
7일 오후 서울 동작구 서울소방재난본부 보라매안전체험관. 2015년 시민의 안전을 위해 설립됐다. 이날 기자는 지하 1층 지하철 사고 체험관에서 연출된 화재 상황에 따라 대피훈련을 했다. 2003년 ‘대구 지하철 화재 참사’ 후 지하철 내 대피 상황을 가정해 만든 공간이다.
뿌연 연기 사이로 보이는 피난유도등은 주로 아래쪽에 있다. 성인 남성 기준 허벅지 높이(바닥에서부터 약 70cm)다. 자세를 낮추고 대피할 때를 위해서다. 화재와 함께 번지는 유독가스는 위쪽에서부터 차기 시작한다. 66m²를 기준으로 할 때 20초 정도면 연기가 성인 남성이 똑바로 섰을 때 키 높이까지 내려온다. 자세를 낮출 경우 아래 공간에 남아 있는 공기로 호흡하며 1분가량 더 버틸 수 있다. 뒤쪽에 서 있던 김 소방관은 “자세를 낮추고 벽을 짚으며 대피하는 것이 생존 가능성을 10배 이상 높이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훈련에서는 수증기 안개를 뿜어내는 기계를 사용했다. 실제 화재 때 발생하는 유독가스와는 차이가 있다. 이후 용산소방서에서 이어진 훈련에서는 종이에 휘발유를 뿌린 뒤 태웠다. 수증기 안개와는 비교할 수 없는 독성이 느껴졌다. 종이 타는 연기를 코 가까이 대고 살짝 맡았는데도 3초 만에 눈물이 나면서 고개가 저절로 돌아갔다. 옆에 있던 소방관이 건넨 수건으로 코와 입을 막았다. 눈은 여전히 따가웠지만 어느 정도 견딜 수 있었다. 수건을 물에 적셨더니 더 나아졌다. 소방 전문가에 따르면 젖은 옷가지로는 최장 5분간 생존이 가능하다.
지난해 12월 충북 제천시 스포츠센터 화재와 지난달 경남 밀양시 세종병원 화재 희생자는 대부분 유독가스 때문에 발생했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스티로폼 등 내장재가 타며 뿜어내는 현장의 유독가스는 한 번만 들이마셔도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연기 온도가 200도 가까이 올라 호흡기 화상도 입는다.
본보 기자가 만난 소방관들은 화재를 초기에 잡는 데 실패하면 즉각 현장을 떠나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아직 연기가 차기 전이기 때문에 빨리 비상구를 통해 밖으로 나가는 것이 좋다는 얘기다.
용산소방서 전민호 소방관(37·소방교)은 “연기가 내부에 찼다면 자세를 낮추고 코와 입을 막은 뒤 비상구를 따라 대피하는 것이 가장 기본이다. 기본을 지키는 것이 생존 가능성을 높인다”라고 말했다.
김동혁 hack@donga.com·권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