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링장 주인이 화재 대비해 자비로 만든 비상구 건물주들은 “절차 어겼다” 폐쇄 요구하며 소송
서울 도심 지하볼링장 주인이 공유(共有)부지에 승인을 받지 않고 만든 새 비상구를 놓고 다른 건물 소유주들과 갈등을 빚고 있다. 이들 건물주는 “공유부지에 공사하려면 소유주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그러지 않았다”며 일단 폐쇄를 요구한다.
종로구 지하 5층, 지상 15층 건물 지하 1층에서 약 1000m² 규모 볼링장을 2014년 6월부터 운영해온 이모 씨(34)는 2015년 9월 기존 출입문에서 30m 떨어진 맞은편에 비상구를 하나 더 만들었다. 기존 비상구는 이 씨가 운영하기 전부터 볼링 레인 뒤편에서 볼링 핀 설치기계로 막혀 있었다. 전 주인은 2014년 안전점검을 한 한국화재보험협회로부터 ‘비상출구를 보완하라’는 권고를 들었다.
건물 지분을 가진 다른 일부 소유주는 반발했다. 현재 이 건물은 137명이 구분 소유하고 있다. 비상구를 만들기 위해 개조한 지상 1층 화단은 공용부지여서 개조를 하려면 이들 구분 소유주의 정기총회에서 승인을 받아야 한다. 그런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얘기다. 실제 이 씨가 “비상구를 새로 만들겠으니 심의해 달라”고 2015년 정기총회에 의뢰한 적은 없다.
이에 대해 이 씨는 “총회 직후 구분 소유주 20명으로 구성된 임시 이사회에서 ‘건물 안전에 문제가 없으면 설치하라’는 조건부 승인을 받았다. 이후 ‘안전검사에서 이상이 없어 공사를 진행하겠다’는 내용을 우편으로 보냈지만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반발하는 구분 소유주 가운데 볼링장 바로 옆에서 병원을 하는 A 원장과 다른 소유주 일부는 2016년과 지난해 볼링장을 실소유한 모 주식회사를 상대로 시설물 제거 등 청구 소송을 각각 냈다. 이 주식회사는 이 씨의 모친이 운영하고 있다.
소송을 당한 이 씨는 지난해 8월 관할 종로소방서에 새로 만든 비상구의 적합성을 판단해 달라고 민원을 냈다. 종로소방서 측은 “기존 비상구는 유사시 사용이 불가하다. 새 비상구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문서로 답변했다. 종로소방서는 비상구가 적법한 절차로 만들어졌는지에 대해서는 판단하지 않았다.
신규진 newjin@donga.com·이지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