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 듣고 ‘오키나와 미군 미담’ 지어내 보도
오키나와 주둔 미군 해병대의 일본인 구출 소식을 전한 지난해 12월 12일자 산케이신문 기사. ‘일본인 구한 미군 병사. 오키나와 두 신문은 묵살’ 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반(反)미군 으로 물든 지역 미디어가 (미군의 선행)을 묵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구출 뉴스는 가짜뉴스로 밝혀졌다.
주일미군 기지 4분의 3이 집중된 오키나와현 고속도로에서 6중 추돌사고가 발생한 것은 지난해 12월 1일. 사망자는 없었지만 미 해병대 상사가 의식불명으로 중태에 빠졌다.
산케이는 사고 발생 8일 뒤인 그달 9일 인터넷판 기사에서 미군 상사의 실명을 밝히고 “옆으로 쓰러진 차에서 50대 일본인 남성을 구한 후 뒤에서 오던 차에 치였다”고 보도했다. 산케이는 “차가 시속 100km로 달리는 고속도로 노상에 내려서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가. 그런 위험을 무릅쓰고 ‘누구도 뒤에 남겨두지 않는다(Leave no man behind)’는 미 해병대의 규범을 관철한 대원의 용감한 행동”이라고 극찬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산케이가 주장한 특종 보도는 가짜 뉴스로 판명 났다. 류큐신보는 지난달 30일 “미 해병대는 해당 상사가 구조행위를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며 “오키나와 경찰도 구조 사실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라고 보도하며 대반격에 나섰다. 이 신문은 취재를 통해 산케이 기자가 경찰 교통기동대를 한 번도 취재하지 않은 채 기사를 쓴 사실도 밝혀냈다.
자체 조사를 진행해온 산케이는 결국 8일자 1면에 사과문을 싣고 해병대 미담 보도가 가짜 뉴스였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미군에 의해 구조됐다고 보도된 일본인 남성마저 대리인을 통해 “부딪친 차의 일본인 운전자가 조수석 문을 열어줘 자력으로 탈출했다. 미군에게 구조된 기억은 없다”고 밝히자 더 이상 버티기가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사과문은 “취재가 불충분했으며 두 신문에 대한 비판도 지나쳤다. 관계자와 두 신문, 독자에게 깊이 사과한다”고 밝혔다. 기사를 쓴 오키나와 지국장에 대한 징계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국장은 기사를 쓸 때 인터넷에 떠도는 소문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참고했으며, 여기에 미 해병대의 잘못된 초기 보고를 그대로 믿고 기사화한 것으로 드러났다. 산케이는 그동안 혐한성 기사를 다수 게재하면서도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