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은 1999년 지지(集集)에서 규모 7.3의 대지진으로 2400명 이상이 사망한 아픈 기억이 있다. 2016년에도 남부 가오슝(高雄)에서 규모 6.4 강진으로 117명이 사망했다. 대만에 큰 지진이 잦은 것은 환태평양 조산대, 이른바 ‘불의 고리’에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일본 지바현과 인도네시아 남부 해상, 미국 알래스카 남부 해상 등 최근 불의 고리에서 지진이 잇따르고 있다. 일본과 대만 사이에서 영향을 받는 한반도도 더 이상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다.
▷이번 지진으로 화롄에서는 윈먼추이디 빌딩과 마셜호텔 등 대형 건물 4채가 무너졌다. 건물들이 지진활동 단층대에 위치했기 때문이라지만, 설계나 시공에도 대형 건물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윈먼추이디 빌딩과 마셜호텔은 1, 2층 외부를 기둥이 떠받치는 필로티 구조다. 이철호 서울대 건축학과 교수는 “일반적으로 필로티 구조는 정형 구조에 비해 외부 충격에 취약하다”며 “과거 해외 지진에서 부서진 건물 상당수가 필로티 구조”라고 말했다.
▷필로티 구조는 20세기 초 프랑스 건축가 르코르뷔지에가 유행시켰다. 지난해 11월 경북 포항 지진 때 다세대주택 1층 기둥이 균열되면서 국내에서도 안전 논란이 불거졌었다. 정광량 한국건축구조기술사 회장은 “필로티 건물 전체가 문제라기보다는 제대로 내진(耐震) 설계가 되지 않았거나 부실 시공한 건물이 문제”라며 “지진은 기술로 극복할 수 있는 재난인데 사고가 나면 정부는 기본인 설계나 시공보다 건물의 유지 관리나 감독부터 강화한다”고 지적했다. 최근 한국에도 매년 지진이 찾아오는 상황에서 대만의 ‘지진 사탑’이 남의 일 같지 않다.
주성원 논설위원 s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