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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 바로 뒷줄 김여정… 웃으며 “반갑습니다” 악수

입력 | 2018-02-10 03:00:00

[평창올림픽]개회식 참석한 VIP
南-北-美-日 한자리에




꼿꼿한 김여정 9일 오후 평창 겨울올림픽 개회식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이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에게 “반갑습니다”라고 인사를 건네며 악수를 하고 있다. 청와대 사진공동취재단

“반갑습니다.”

9일 오후 5시 34분, 문재인 대통령과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처음으로 만났다. 현직 대통령이 북측 인사와 만난 것은 2009년 이명박 정부 이후 9년 만이다.

이날 낮 전용기편으로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한 김 상임위원장은 특별 편성된 KTX를 이용해 강원 평창으로 이동했고, 평창 용평리조트에 마련된 리셉션장 포토월에 들어섰다. 포토월에 다가간 김 상임위원장은 기다리고 있던 문 대통령, 김정숙 여사와 악수를 했다. 문 대통령은 “어서 오십시오, 잘 오셨습니다”라고 말했고 김 여사도 웃으며 “김정숙입니다”라고 직접 소개했다.

○ 헤드테이블에 앉은 김영남

환한 표정으로 김 상임위원장을 맞은 문 대통령과 달리 김 상임위원장은 비교적 담담한 모습이었다. 이어진 사진 촬영에서는 긴장한 듯 안경을 고쳐 쓰기도 했다. 평창 겨울올림픽 개회식 전 문 대통령이 주재한 리셉션에는 각국 정상급 인사 및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 등 200여 명이 참석했다.

북한 헌법상 국가수반인 김 상임위원장은 문 대통령 내외와 함께 헤드테이블에 앉았다. 김 상임위원장은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 내외와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 사이에 앉았다. 예정대로라면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도 같은 테이블에 앉을 예정이었지만 펜스 부통령은 만찬에 불참했다.

펜스 부통령은 잠시 리셉션장에 들렀지만 자리에 앉지 않았다. 자연히 청와대가 내심 기대했던 ‘북-미 접촉’은 이뤄지지 않았다. 김 상임위원장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등 다른 참석자들과는 악수했다. 청와대에 따르면 구테흐스 총장은 별도의 통역을 요청해 김 상임위원장과 대화를 나눴다. “평양을 방문한 적이 있는데 음식이 아주 맛있었다”는 구테흐스 총장의 말에 김 상임위원장은 “조선 음식이 건강식이라 유럽 사람들에게 잘 맞는다”고 답했다.

○ 앞뒤로 앉은 南北 VIP

꼿꼿한 김여정 9일 오후 평창 겨울올림픽 개회식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이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에게 “반갑습니다”라고 인사를 건네며 악수를 하고 있다. 청와대 사진공동취재단

문 대통령은 개회식에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동생 김여정 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과도 만났다. 평창 올림픽스타디움 4층에 마련된 VIP석 정중앙인 A열 앞줄에 문 대통령 내외가 앉았고, 바로 뒷줄에 김 상임위원장과 김여정이 앉았다.

A열에는 외국 정상급 인사와 배우자만 앉았는데, 김여정만 예외였다. 청와대 관계자는 “VIP 좌석 결정권은 주최국인 우리 측에 있고, (김여정은) 정부 판단으로 해석하면 된다”고 말했다.

국가대표 선수들이 입는 하얀색 롱패딩을 입은 문 대통령은 입장하며 김여정과 먼저 웃으며 악수를 했고, 이어 김 상임위원장과도 악수했다. 애국가를 부르는 동안 문 대통령 내외는 왼쪽 가슴에 손을 얹고 애국가를 따라 불렀다. 김 상임위원장과 김여정은 자리에서 일어선 채 지켜봤다.

91번째 순서로 남북이 공동 입장할 때 일제히 일어선 문 대통령 내외와 김여정은 손을 흔들었고, 김 상임위원장은 머리 위로 손을 올려 박수를 보냈다. 문 대통령 내외는 뒷줄로 몸을 돌려 김 상임위원장, 김여정과 다시 한번 웃으며 각각 악수를 나눴다.

○ 文 “평화 시작된 올림픽으로 기록되길”

문 대통령은 이날 여러 차례 평화를 강조했다. 미국의 공개적인 우려 표출에도 북한의 평창 올림픽 참여로 촉발된 남북 해빙 무드를 계속해서 이어 나가겠다는 의지다. 문 대통령은 1991년 세계탁구선수권대회 당시 남북 단일팀과 평창에 참여하는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을 거론하며 “2.7g의 작은 공이 평화의 씨앗이 되었다”며 “2.7g의 탁구공이 27년 후 170g의 (아이스하키) 퍽으로 커졌다”고 말했다. 이어 “남과 북의 선수들이 승리를 위해 서로를 돕는 모습은 세계인의 가슴에 평화의 큰 울림으로 기억될 것”이라며 “스틱을 마주하며 파이팅을 외치는 선수들의 가슴에 휴전선은 없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평창 올림픽이 아니었다면 한자리에 있기가 어려웠을 분들도 있다”고 말했다. 평창 올림픽을 계기로 한국을 찾은 펜스 부통령, 아베 총리, 김 상임위원장을 가리킨 것. 문 대통령은 또 “우리의 미래 세대가 오늘을 기억하고, ‘평화가 시작된 겨울올림픽’이라고 특별하게 기록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평창 올림픽을 시작으로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본격적인 대화 국면을 마련하겠다는 뜻이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