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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관령 칼바람 잠잠… 날씨도 도왔다

입력 | 2018-02-10 03:00:00

영하 2도… 개회식 추위 우려 씻어
“이 정도면 봄 날씨”… 상점들은 울상
15∼35분 보안검색대 통과 원활… 일부 정체에도 관중 수송 차질 없어




“개회식 특수를 노리고 무릎담요 핫팩 수면양말 귀마개를 갖다놨는데 오늘 거의 안 팔렸어요. 무릎담요는 하나도 안 나갔고 귀마개만 두어 개 나갔습니다. 핫팩도 잘 안 나가요.”

9일 오후 평창 올림픽스타디움 앞 상점에는 무릎 높이 진열대에 핫팩이 가득 남아 있었다. 개회식 리허설 때는 없어서 못 팔았던 물건이었다.

수많은 우려를 낳았던 평창 올림픽 ‘개회식 추위’는 없었다. 오후 7시 현재 대관령은 기온 영하 2.1도에 풍속은 초속 5.7m(기상청 기준)를 기록했다. 날씨는 밤하늘의 별이 보일 정도로 맑았다. 오각형 스타디움의 통로 사이사이로 간혹 바람이 불어들면서 체감온도는 영하 10도 정도를 기록했지만 버티지 못할 정도의 날씨는 아니었다. 개회식장 출입구 앞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박순옥 씨(60)는 “지난주 드라이 리허설(3일)에 갔는데 그때는 도저히 손발이 시려 자리에 앉아있을 수 없더니 오늘은 날씨가 너무 좋다. 평창에서 36년 살았는데 이 정도면 봄 날씨다. 이 정도면 축복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개회식장을 찾은 관객들은 혹한에 단단히 준비한 듯 중무장을 했다. 두꺼운 패딩에 방한화, 털모자, 장갑에 목도리까지 철저히 준비를 한 모습이었다.

딸 이예원 양(15)과 함께 온 박명숙 씨(47)는 모녀가 모두 옷을 네 겹씩 입고 발핫팩도 가져왔다. 박 씨는 “오기 전에 방한 대비 영상을 열심히 봤다. 지금도 전혀 안 춥다. 개회식 끝까지 끄떡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개회식 시작 2시간 전부터 게이트마다 관중들은 100여 m씩 줄지어 섰다. 하지만 관람객들의 설렘과 열기는 식지 않았다. 이 양은 “우리나라에서 올림픽을 한다니 너무 설렌다. 추운 것도 참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개회식 관람을 위해 경기 성남시에서 부부동반으로 왔다는 김지연 씨(63)는 “어젯밤부터 너무 설레서 잠을 못 잤다. 개회식을 직접 볼 수 있다니 행운”이라고 말했다. 김 씨 부부는 내복, 스웨터, 롱패딩에 발에는 핫팩까지 붙여가며 개회식 준비를 했다.



드레스 리허설 때 큰 문제점으로 지적됐던 보안검색대 통과도 원활했다. 관람객 수가 늘어나자 관중 통제를 맡은 자원봉사자들은 실시간으로 무전으로 상황을 공유하며 줄을 정리했고 끊임없이 큰 목소리로 “재킷 열어 달라”를 외치는 등 보안검색에 걸리는 시간을 줄이느라 애썼다. 개회식 시작 1시간 전인 오후 7시경 짧게는 15분, 길게는 35분 만에 보안 검색대에 도착했다.

검색대 앞 승강이가 벌어지기도 했는데 주로 압수당한 품목은 주류였다. 한 외국인은 개봉한 와인을 빼앗기자 울상을 지었다. 일부 주차장 진입로에서 정체 현상이 있었지만 대체로 관중 수송도 큰 차질 없이 진행됐다. 스타디움에서 약 2km 거리의 차고지에 차를 주차한 관중들은 셔틀버스를 타고 3∼5분 만에 목적지에 도착했다.

평창=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