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책의 향기]‘풍요의 시대’ 당나라 사람들의 詩로 읽는 일상

입력 | 2018-02-10 03:00:00

◇당나라 뒷골목을 읊다/마오샤오원 지음/김준연 하주연 옮김/400쪽·1만9500원/글항아리




이백과 두보, 한유와 백거이까지. 중국 고전 문학의 정수로 꼽히는 이들에겐 공통점이 있다. 바로 당(唐)나라(618∼907) 시기의 인물들이라는 점이다. 당나라는 오랜 기간 전쟁 없는 평화의 시기를 보냈고, 실크로드를 통한 활발한 교역으로 경제적으로도 풍요로운 ‘태평성대’를 누린 제국이다. 그 덕분에 겸손을 미덕으로 여기던 이전 제국들과 달리 자신감과 풍요로움, 화려함이라는 키워드를 중국 문화 속에 뿌리내리게 한 주인공이기도 하다.

이 책은 당시(唐詩) 100여 편을 통해 화려했던 당나라의 일상을 들쳐본다. 옷차림과 음식, 결혼과 축제 등 당대의 실생활을 보려면 딱딱한 역사책보단 일상을 기록한 시가 더 정확한 사료(史料)라고 저자는 말한다.

시를 통해 본 당나라는 넉넉하다 못해 호사스러웠다. “사방 이웃에서 꽃이 다투어 피니, 높은 누각에서는 지금부터 발을 내리지 말지니”라는 사공도(司空圖)의 시처럼 집집마다 꽃을 키우는 문화가 유행했다. 여성들은 3월이 되면 머리에 꽃을 가득 꽂고는 누가 더 아름다운지 경쟁한 ‘투화(鬪花)’를 즐겼다고 한다.

문학이 넘치는 시대이기도 했다. 특히 시가 유행했는데, 작은 널빤지인 시판(詩板)에 시를 적거나 병풍을 시로 채우는 문화가 퍼졌었다. 백거이가 원진에게 남긴 시를 보자. “그대는 내 시로 사원의 벽을 가득 채우고, 나는 그대의 시로 병풍을 채웠네. 그대와 서로 만나는 곳은 부평초 두 개가 큰 바다에 있는 꼴이니” 시로 우정을 나눈 당나라 사람들의 여유로움이 가득하다.

풍요로운 삶과 함께 자신감 역시 넘쳤다. 두보는 당시 승상에게 바치는 시에서 “스스로 자못 빼어나다고 여겨서 곧장 중요한 지위에 올라, 임금을 요순 위에 이르게 하고 다시 풍속을 순후하게 하고자 했다”라며 자신의 능력을 적나라하게 뽐냈다. 간알(干謁)로 불리는 이 같은 자기 홍보 문화는 당나라 시의 대표적 특징 중 하나다.

시를 통해 당나라의 여유로움을 즐겨보는 것은 덤이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