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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과학자가 처방한 음악이라는 묘약

입력 | 2018-02-10 03:00:00

◇우리가 음악을 사랑하는 이유/존 파웰 지음·장호연 옮김/396쪽·1만7000원·뮤진트리




음악을 즐긴다는 건 사람이 누릴 수 있는 큰 호사 가운데 하나다. 그런데 우리는 왜 음악을 듣고 거기에 반응하며, 그것을 사랑하기까지 하는 것일까. 이 만만치 않은 질문에 작곡을 전공한 음악가인 동시에 물리학을 전공한 과학자인 저자가 답한다.

일단, 당신의 음악 취향은 어떤가. 사람은 자신이 좋아하는 부류의 음악을 결정하고 거기에서 벗어나는 음악은 주의 깊게 듣지 않는 경향이 있다. 특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새로운 종류의 음악을 즐길 가능성은 나이가 들수록 낮아진다. 특히 쿨한 음악과 그렇지 않은 음악의 구분에 민감한 10대들은 음악에 행동까지 좌지우지된다. 2006년 시드니 시의회는 배리 매닐로의 히트곡 음반을 틀어 10대들을 달갑게 여기지 않는 장소에서 그들을 흩어지게 하는 방법을 발견해 내기도 했다. 이른바 ‘매닐로 방법’이란다.

생각보다 사람들은 이렇게 음악에 민감하다. 실제로 쇼핑몰에서 어떤 음악을 틀어놓느냐가 사람들의 쇼핑에 영향을 미친다. 팝보다 클래식 음악을 틀었을 때 사람들이 세 배나 더 비싼 와인을 샀다는 연구도 있다. 클래식 음악이 스스로 더 부유하고 세련되게 여기도록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이런 방식으로 음악과 관련한 인문사회 과학적 분석과 연구를 망라해 가며 우리 삶에 음악이 미치는 심오한 영향력을 드러내 보여준다. 음악이 실제로 유대감을 만들고 그리움과 기쁨의 감정을 느끼게 해주며 질병까지도 이기게 하는 힘을 가진 존재임을. 저자는 말한다. “그러니 어찌 음악을 사랑하지 않을 수가 있을까.” 이 책 한 권이면 어디서 음악 이야기가 나올 때 몇 마디 거들 수 있을지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저자의 유머러스한 필치도 흡인력이 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