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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경보, 7초로 줄인다더니… 7분뒤에야 재난문자

입력 | 2018-02-12 03:00:00

기상청, 지진 1분뒤 ‘지진속보’ 전송
행안부 방화벽에 자동송출 안돼… 결국 뒤늦게 수동으로 문자 보내



11일 오전 5시 10분 전국에 발송된 기상청의 지진 긴급재난문자. 자동송출 시스템의 오류로 담당자가 수동으로 송출해 지진 발생보다 7분 늦게 전달됐다. 문자메시지 캡처


11일 발생한 ‘포항 여진’에 사람들이 놀란 건 지진의 규모 때문만은 아니다. 정부의 긴급재난문자 발송이 무려 7분이나 늦은 영향도 있었다. 자동 송출 시스템의 방화벽이 갑자기 작동하면서 문자 발송이 아예 차단된 탓이다.

이날 국민들이 휴대전화로 긴급재난문자를 받은 건 오전 5시 10분. 지진 발생 후 7분이 지난 때다. 행정안전부와 기상청에 따르면 2016년 9·12 경주 지진 후 기상청이 긴급재난문자를 통보하면 행안부 송출시스템을 통해 대상 지역에 발송된다.

규모 4.6의 여진이 발생한 이날 기상청 관측과 통보에는 이상이 없었다. 오전 5시 3분 기상청은 최초로 규모 4.7의 지진을 관측했다. 1분 후 ‘지진속보’가 행안부에 자동 전송됐다. 지진속보는 지진파인 P파와 S파 중 먼저 발생한 P파를 감지한 결과다. 정상이라면 곧바로 행안부 송출시스템을 통해 전국에 긴급재난문자가 발송된다. 그러나 자동 송출은 이뤄지지 않았다.

매뉴얼상 자동 송출이 2분간 지연되면 즉각 수동 송출로 전환한다. 당시 상황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던 행안부 상황 담당자는 매뉴얼에 따라 2분 후 수동 송출을 준비했다. 오전 5시 8분 기상청에서 두 번째 지진자료가 전송됐다. 규모 4.6의 ‘지진 정보’였다. 실제 흔들림(S파)을 분석해 앞선 지진속보를 수정 보완한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도 자동 송출은 되지 않았다.

긴급재난문자 발송 전 두 건의 지진 관측 자료가 잇달아 접수되자 행안부는 기상청을 상대로 확인에 나섰다. 같은 지진인지, 아니면 각각 다른 지진이 연이어 발생한 것인지를 점검한 것이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결국 7분이 지나서야 수동으로 긴급재난문자가 송출됐다. 조사 결과 기상청 자료가 행안부 송출시스템으로 넘어오는 과정에서 방화벽에 차단된 것으로 확인됐다. 행안부는 방화벽이 갑자기 작동한 이유를 파악 중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보안기능 자동 업데이트 여부 등 여러 가능성을 확인 중이다. 방화벽을 해제한 뒤에는 정상 작동 중이다”라고 말했다.

앞서 기상청은 올해 업무보고에서 조기경보에 걸리는 시간을 7초까지 줄이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긴급재난문자 송출을 기상청으로 일원화하는 시스템이 지난해 12월 개발됐다. 현재 이동통신사와 시험 운용 중으로 올 상반기에 서비스를 시행할 예정이다.

서형석 skytree08@donga.com·이미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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