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곤 갑산한의원 원장
뽕잎을 먹은 누에는 한의학적으로 스태미나에 좋은 약재다. 총각 수컷 번데기를 구워 말려 가루를 내 먹는데 ‘원잠아(原蠶蛾)’라고 한다. 동의보감은 이에 대해 “양기(陽氣)를 굳세게 한다”고 그 효능을 적었다. 드라마에서 허준의 라이벌로 나오는 양예수가 쓴 의림촬요에는 “남자가 맥(맥)이 미약하면 아이를 낳지 못하는데 그것은 정기(精氣)가 멀겋고 차기 때문이다. 이때는 양기석원(陽起石元)을 쓴다”고 썼다. 양기석원 처방의 중요한 약재가 바로 원잠아다. 본초강목에는 “원잠아가 말(馬)과 같은 양기를 포함하고 있어 마두낭이라고 하며 스태미나를 건장하게 한다”는 노골적 표현도 썼다.
뽕나무는 버릴 게 하나도 없다. 이른 여름에 열리는 뽕나무 열매 오디는 신장 기능을 북돋워 난청 치료에 도움이 되고 머리털을 검게 한다. 뽕잎은 소갈증(消渴症)에 약효가 크다. 소갈증은 지금의 당뇨병으로 뽕잎을 약간 볶아서 차로 늘 마시면 치료에 큰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심열로 인한 중종의 속병은 날로 깊어졌다. 중종 39년 11월 청심환과 천왕보심단, 양격산 등 심열을 내리는 처방을 잇달아 복용하지만 증상이 호전되지 않았다. 중종은 결국 꾸준히 먹을 수 있는 처방으로 상지차를 선택했다. 뽕의 가지는 차갑고 쓴맛으로 열을 잘 식혀준다. 상지차는 심열을 달래주는 기능 외에도 살을 빼는 효능도 있다고 전해진다. 동의보감에는 ‘습기를 몰아내어 여위게 만든다. 지나치게 살찐 사람은 오랫동안 먹는 것이 좋다’고 쓰여 있다.
이상곤 갑산한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