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횡성서 세계 첫 로봇 스키대회 사람 스키기술 구현해낸 ‘다이애나’, 두발 넓게 벌린 ‘태권브이’ 등 8팀 80m 코스 기문 5개 통과 시간 경쟁, 최고기록 16.9초… 중급 스키어 수준
12일 열릴 대회에서 출전 순서를 결정하기 위한 ‘최종예선’이 11일 오후에 열렸다. 한양대 연구진이 스키로봇 ‘다이애나’를 준비시키고 출발 신호를 기다리고 있다.
이번 대회에서는 총 8개 팀이 실력을 겨룬다. 인공지능(AI) 로봇이 기문(깃발)을 인식해 스스로 판단하고 스키를 탄다. 겨울올림픽 스키 대회와 대체로 비슷하지만 로봇의 특성을 감안해 규정과 난이도를 일부 변경했다. 코스 길이는 총 80m. 중간중간 설치한 두 개의 기문 사이를 다섯 번 통과해야 한다. 기문 통과 횟수가 같다면 속도가 빠른 팀이 승리한다.
로봇 스키 대회에 참가한 팀들이 선보인 스키로봇. 왼쪽 사진부터 서울과학기술대 팀이 개발한 ‘루돌프’(키 160cm, 무게 60kg), 한양대 팀 로봇 ‘다이애나’(120cm, 25kg), 국민대 팀의 ‘RoK-2’(140cm, 30kg), 명지대 팀의 ‘MHSRP’(120cm, 45kg). 횡성=전승민 동아사이언스 기자 enhanced@donga.com
출전 팀마다 전략이 제각각인 것도 눈여겨볼 만했다. 연습 과정에서 5개 기문을 모두 통과하는 데 가장 많이 성공한 팀은 미니로봇팀. 키 75cm의 소형 로봇 ‘태권브이’를 개발했는데 이 로봇은 두 발을 넓게 벌린 ‘와이드 스탠스’ 형태로 안정감 있게 스키를 탄다. 로봇연의 키 80cm인 소형로봇 루돌프도 비슷한 전략을 취했다.
한양대 팀이 개발한 로봇 ‘다이애나’는 인간의 스키 기술을 충실하게 구현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 국가대표 스키 선수 출신 문정인 코치가 개발에 참여했다. 스키를 몸 아래로 통과시켜 회전을 시작하는 ‘크로스언더’라는 상급 기술을 구사할 수 있다. KAIST팀의 로봇 티보 역시 인간의 스키 동작을 흉내 내는 전략을 취했다.
국민대 팀의 스키로봇 RoK-2는 관절구조에 집중해 가장 효율적으로 스키를 탈 수 있게 개발했다. 서울과기대팀은 스키에 최적화된 이중 뼈대 구조의 ‘루돌프’를 제작해 경기에 임하고 있다. 경북대 팀의 로봇 알렉시는 두 다리를 A자 형태로 벌리고 안정적으로 스키를 탔다. 명지대 팀의 로봇 MHSRP는 출발 순서 결정전에서는 최하위였다.
로봇 전문가들은 기술 발전을 위해 경기가 일회성으로 끝나지 말고 정기적으로 열려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번 대회를 주관하는 한국로봇산업진흥원의 류지호 로봇성장사업단장은 “눈 위에서 무게중심을 잡아야 하는 스키 기술을 기계적으로 구현하는 것은 로봇 기술을 발전시키는 데 큰 보탬이 된다”며 “매년 국내에서 열거나 외국과 연계해 겨울올림픽 때마다 개최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횡성=전승민 동아사이언스 기자 enhance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