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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의 초청장… 南-北-美 수싸움 시작

입력 | 2018-02-12 03:00:00

김여정, 文대통령 초청 친서 전달… 다른 자리서도 2차례 “평양 오세요”
文대통령 “北-美 조기대화 필요”… 트럼프 통화 추진, 대북특사 검토




北예술단 공연장 나란히 앉은 文대통령-김여정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삼지연관현악단의 서울 공연에서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왼쪽에서 두 번째)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왼쪽과 오른쪽은 각각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김정숙 여사. 특사 김여정 등 고위급 대표단은 공연 뒤 북한으로 돌아갔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방북을 제안하고 친서(親書)를 통해 남북 관계의 개선을 촉구했다. 청와대는 방북 요청을 수용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김정은의 제안에 대한 답신을 전달할 대북특사 파견을 검토할 방침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11일 “김 위원장의 남북 정상회담 제안으로 ‘평창 모멘텀’이 만들어진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사전에 여건을 만드는 노력도 필요하지만 (정상회담 등) 만나서 해결해야 할 문제도 있다”고 말했다. 사실상 방북을 추진한다는 얘기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간 전화 통화도 추진할 방침이다.

김정은의 특사인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은 10일 청와대에서 문 대통령과 접견 및 오찬을 하고 “문 대통령을 빠른 시일 안에 만날 용의가 있다. 편하신 시간에 북을 방문해 주실 것을 요청한다”는 김정은의 메시지를 전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앞으로 여건을 만들어서 성사시키자”고 화답하면서도 “남북 관계 발전을 위해서도 북-미 간의 조기 대화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정은의 친필 사인이 담긴 친서에는 남북 화해와 협력을 위해 함께 노력하자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김여정은 11일 문 대통령과 삼지연관현악단 공연을 관람한 뒤 김정숙 여사에게 “문 대통령과 꼭 평양을 찾아오세요”라고 했다. 직전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 주재 만찬에서도 건배사로 “평양에서 반가운 분들을 다시 만나길 바란다”고 하는 등 이날만 공개적으로 두 차례에 걸쳐 방북을 재차 요청했다. 김정은이 이번 김여정 특사 카드로 국제사회의 고강도 대북제재를 완화하고 숨통을 틔우기 위해 ‘풀 베팅’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 고위급 대표단은 이날 김정은 전용기를 타고 북한으로 돌아갔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대표단을 환송하며 “잠시 헤어지는 거고, 제가 평양을 가든 또 재회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3차 남북 정상회담 성사를 위해선 ‘코피 터뜨리기’ 전략을 내세우고 있는 트럼프 행정부부터 설득해야 한다. 1, 2차 정상회담과는 달리 워싱턴을 타격할 수 있는 핵미사일 실전 배치를 눈앞에 둔 북한과 선제타격을 불사하는 미국을 동시에 설득해야 하는 3차 남북 정상회담은 이전과 차원이 다른 외교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문병기 weappon@donga.com·한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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