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정성훈-NC 최준석(오른쪽). 사진|스포츠동아DB·KIA 타이거즈
정성훈(KIA·38)과 최준석(35·NC)은 ‘흙길’을 ‘꽃길’로 바꿀 수 있을까. NC에서 은퇴한 손민한(43)에게서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프리에이전트(FA) 선언 이후 강제은퇴 위기에 놓였던 최준석은 11일 원 소속팀 롯데와 계약한 뒤 김경문 감독의 NC로 곧장 이적했다. 넥센에서 롯데로 옮긴 채태인과 같은 사인&트레이드 형식이다. 김 감독과의 개인적 인연이 크게 작용한 결과다. 최준석에 앞서 지난달에는 정성훈이 고향팀 KIA 유니폼을 입는 데 성공했다. 지난해 11월 LG에서 방출 통보를 받았던 정성훈도 김기태 KIA 감독의 배려로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천신만고 끝에 새 둥지를 찾았으나, 최준석과 정성훈의 앞날은 순탄치만은 않을 전망이다. 경험이 많고 타격능력도 여전하지만, 둘 다 백업 1루수 겸 오른손 대타요원에 지나지 않는다. 한참 어린 후배들에게 돌아갈 기회를 빼앗는다는 냉랭한 시선도 부담스럽다. 그러나 프로는 실력으로 말하는 법이다. 최준석과 정성훈이 기댈 수 있는 유일한 언덕에 생존의 해법이 있다.
전 NC 손민한. 스포츠동아DB
한때 롯데의 프랜차이즈 스타였던 투수 손민한은 2008시즌을 마치고 롯데와 FA 계약을 한 뒤 어깨 부상과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장 활동 등으로 인해 구단은 물론 팬들에게도 단단히 미운 털이 박혔다. 2010년부터 2012년까지 3년간 1군 기록이 전무할 정도였다. 2011시즌을 마치고 롯데에서 방출된 뒤로는 방랑자가 됐다. 그러나 2013년 봄 김경문 감독의 배려로 NC에서 기회를 얻어 2015년까지 3년간 20승16패10세이브12홀드(방어율 4.17)를 거둔 뒤 명예롭게 은퇴했다.
당시 손민한은 새 팀에 녹아들기 위해 자신을 드러내는 것을 극도로 꺼렸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백의종군하는 자세를 끝까지 유지해야 활로를 열 수 있다고 판단했다. 다행히 정성훈도, 최준석도 이처럼 평범한 세상이치를 잘 깨닫고 있는 듯하다. KIA 입단 당시 정성훈은 “팀에 도움이 된다면 어떤 역할이든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최준석도 “야구로 보답하겠다”며 김경문 감독과 NC 구단에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새 봄 새 마음으로 야구인생 2막을 열어갈 정성훈과 최준석의 모습을 기대해본다.
정재우 전문기자 jac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