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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카페]일본어 지도에 중국어 표기… 네이버 ‘엉터리 맵’에 외국인들 당황

입력 | 2018-02-13 03:00:00


신무경·산업1부

2018 평창 겨울올림픽 공식 후원사 네이버가 외국인을 위한 지도 서비스를 지난달 선보였지만 엉터리 표기법이 적지 않아 관광객들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12일 기자가 네이버 지도의 외국어 버전을 살펴본 결과 올림픽 경기가 열리는 주요 경기장의 명칭을 포함해 지도 전반에 오기가 적지 않았다.

일본어 건물명과 지명은 한자나 가타카나로 표기하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네이버 지도 일본어 버전에는 영문과 한자가 혼용되어 있거나 심지어 중국어가 표기되어 있다. 알펜시아스키점프센터(Alpensia滑雪跳躍中心), 올림픽슬라이딩센터(奧林匹克Sliding中心) 등이 대표적인 예다.

평창 겨울올림픽 공식 홈페이지에 적용된 네이버 지도에서도 빈약함이 드러난다. 홈페이지에서 언어 설정을 일본어로 바꿔도 지도에는 영문 표기가 등장하는 상황이다.

중국어 버전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예컨대 알펜시아스키점프센터(阿爾卑酉亞滑行中心)는 ‘滑行’ 단어 대신 ‘滑道’가 더 어울린다는 것이 현지인들의 생각이다. 중국 게임회사 기획자 링윈(凌韻·31) 씨는 “지도에 표기된 단어에 중복된 의미가 많고 틀린 표기법은 더 많다”며 “아이콘으로 추측해서 목적지에 갈 수는 있지만 전반적으로 중국인이 사용하지 않는 단어들이어서 사용성이 떨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네이버 관계자는 “외국어 버전 지도 서비스의 품질을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있다”고 밝혔다.

출시한 지 한 달 남짓 된 서비스를 두고 지나친 비판이라고 억울해할 수도 있다. 하지만 네이버는 2016년 6월 ‘구글의 국내 정밀지도 해외 반출’ 이슈가 터졌을 때 ‘기울어진 운동장’ 논리로 애국심에 호소해 지도 반출을 반대했다. 외국인 관광객의 편의를 증진하기 위해 외국어 버전의 지도를 준비한다고도 했다. 결국 구글의 지도 반출이 불허돼 국가가 2년여의 시간을 벌어주는 셈이 됐다.

하지만 평창 겨울올림픽 공식 스폰서인 네이버가 내놓은 외국어 지도 서비스는 국민들의 기대에 크게 못 미쳤다. 이런 상황에서 구글이 외국인 관광객 편의를 위해 지도를 반출하겠다고 다시 나서면, 네이버의 애국심 호소 전략에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어 우려스럽다.

신무경 기자 ye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