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생활안전 출동이 56% 차지… 정작 화재사고는 13%에 그쳐
겨울철엔 고드름 제거 신고 많아
2016년 경기 양주시에서 진행된 서울소방재난본부 119특수구조단 겨울철 혹한기 산악사고 대비 인명구조 훈련에서 산악구조대원들이 빙벽에 매달려 실제상황을 가정한 구조 훈련을 하고 있다. 동아일보DB
지난해 여름 서울 서대문소방서에 119신고가 접수됐다. “집에 생긴 벌집을 없애 달라”는 것이다. 도심 속에 벌 서식이 늘면서 소방관들이 벌집 제거에 나서는 건 흔하다. 이날 김직열 소방장(39)이 현장에 출동했다. 벌집이 있다는 집에 들어섰다. 하지만 눈을 씻고 봐도 벌집은 없었다. 그 대신 벌 한 마리가 집 안에 들어와 있었다. 당시 집에는 성인 남성 3명이 있었다. 김 소방장은 “겨울이라 요즘은 고드름을 떼어 달라는 신고가 많이 들어온다. 막상 현장에 가보면 툭 치면 떨어질 정도의 고드름까지 119에 신고해 없애 달라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화재와 교통사고 현장에서 생명을 구해야 할 119구조대가 실제는 생활 속 ‘해결사’ 역할을 더 많이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법적 정원보다 부족한 가운데 각종 업무가 늘어나면서 자칫 ‘본업’인 인명구조에 제때 투입되지 못하는 상황까지 우려되고 있다.
12일 소방청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119구조대는 65만5485건의 신고를 처리했다. 2016년보다 7% 늘었다. 구조대가 처리한 사안 중 가장 많았던 건 24%(15만4436건)를 차지한 ‘벌집 제거’였다. 동물 구조가 17%로 뒤를 이었다. 이런 생활안전 분야 출동은 55.8%에 달했다. 최근 3년 중 가장 많은 비중이었다. 정작 화재사고는 13%로 3위에 그쳤다.
구조대 업무에서 인명구조의 비중은 줄고 있다. 2008년 18만2619건이었던 구조대의 신고 처리 건수는 매년 증가해 2016년 60만 건을 넘었다. 9년간 285% 늘었다. 하지만 구조된 인원은 같은 기간 8만4559명에서 11만5595명으로 36% 증가하는 데 그쳤다. 늘어난 업무량이 인명 구조가 아닌 생활안전 신고 처리였다는 의미다. 박재우 서울 마포소방서 소방교(32)는 “참새가 집 문 앞에 앉아 있어 무섭다는 신고가 들어와 소방차가 출동한 적이 있었다. 이런 일이 워낙 빈번하다”고 말했다
서형석 skytree08@donga.com·안보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