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뮌헨안보회의’ 앞두고 유럽연합 역할 고민
지난해 9월 20일 벨라루스 보리소프에서 실시된 러시아와 벨라루스의 연합훈련 ‘자파드 2017’에서 자주포 6문이 전진하고 있다. 보리소프=AP 뉴시스
‘안보 다보스포럼’으로 불리는 뮌헨 안보회의 의장인 볼프강 이싱거 전 주미 독일대사는 올해 열리는 회의를 앞두고 지난해의 한반도, 동유럽, 걸프만 충돌을 거론하며 “단 하나의 잘못된 결정이 연쇄 충돌의 방아쇠를 당길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1963년부터 매년 2월 개최되는 뮌헨 안보회의에는 전 세계 국방과 안보 분야의 정부 및 국제기구 수장, 학자, 기업인, 시민·사회단체 관계자 등 500여 명이 모인다. 16일부터 3일간 열리는 올해 회의에는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와 제바스티안 쿠르츠 오스트리아 총리, 페트로 포로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 등이 참석한다. 올해 회의 주제는 ‘커지는 안보 위협 속에서 유럽연합(EU)의 역할’이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1945년 이후 미국이 주도하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우산 속에서 경제 개발에만 박차를 가했던 유럽의 안보가 새 전기를 맞고 있는 상황이다.
영국은 국방비 예산 삭감 논란에 휩싸였지만 2015년 계획된 무기 현대화 작업에 따라 올해 해군력 증강 작업이 진행된다. 지난해 12월 ‘해군 부활의 자존심’인 31억 파운드(약 4조5000억 원)짜리 첨단 항공모함 ‘퀸엘리자베스’함이 공식 취역했다. 영국의 시장조사기관 IHS마킷의 군사전문지 제인스는 나토 회원국 중 9개국이 올해 GDP 대비 2%의 국방비 지출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해 5개국보다 늘어난 것이다.
○ 러시아와 신냉전체제 구축
지난해 9월 20일 벨라루스 보리소프에서 실시된 러시아와 벨라루스의 연합훈련 ‘자파드 2017’에서 자주포 6문이 전진하고 있다. 보리소프=AP 뉴시스
○ 미국에서 벗어난 ‘홀로서기’ 새판
이처럼 안보 위협은 커져 가는데 미국과 유럽의 안보동맹은 점점 약해지고 있다는 데 유럽의 고민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동맹국이 공격을 당하면 자국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해 자동 개입하도록 한 나토 협약 5조에 대해 한 번도 지지 발언을 한 적이 없다. 이런 점이 유럽이 미국을 불신하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방위비 분담금을 더 걷는 데만 몰두하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맞서 유럽은 독자적인 군사능력 강화로 홀로서기를 꾀하고 나섰다.
지난해 12월 EU 25개국이 출범시킨 안보·국방협력체제(PESCO)의 구축이 대표적이다. 유럽 각국의 178개 무기 시스템을 포함해 제각각인 국방 체계를 일원화하고 장비와 기술 공동 개발, EU군 창설 준비가 시작됐다. 미국의 동맹인 영국조차 EU의 독자적인 군사 움직임에 반대하던 기존의 입장에서 벗어나 EU와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협상 과정에서 안보와 국방 협력을 우선적으로 체결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메이 총리는 이번 뮌헨 안보회의에서도 EU와의 안보 협력 강화를 선언할 계획이다. 지난해 11월 여론조사기관 유고브가 유럽 주요 6개국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자국 군대는 자국에만 머물러야 한다’는 응답은 8%뿐일 정도로 이웃 국가와 세계로 국방 협력 범위를 늘리려는 공감대는 마련됐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 위은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