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동아DB
지난해 수도권 아파트시장 활황세에서 비켜서 있던 경기 남부 신도시 지역의 집값 오름세가 심상치 않다. 올 들어 서울 아파트 매매가가 매주 0.5% 안팎으로 가파르게 오르자, 분당·위례신도시(이상 성남시) 등 강남 인접지역을 넘어 광교(수원시)·평촌신도시(안양시) 등으로도 매수세가 옮겨 붙고 있다.
● 광교 집값 상승률 5개월 만에 서울 제쳐
13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주(5~9일) 광교신도시 아파트 매매가는 0.69%로 수도권 신도시 중 분당(0.75%) 다음으로 높았다. 한 주 전(0.37%)보다 상승폭이 배 가까이 커졌다. 이는 같은 기간 서울의 상승률(0.57%)보다도 0.12%포인트 높다. 광교의 주간 아파트 상승률이 서울을 앞선 것은 ‘8·2 부동산대책’의 영향이 뚜렷하던 지난해 9월 셋째 주(2017년 9월 18~22일) 이후 20주 만이다.
분당·위례·판교신도시 등은 지난해 하반기(7~12월)에 시작된 오름세를 연초에도 굳혀가는 모습이다. 분당·위례 아파트값은 올 들어 6주(1월 1일~2월 9일) 사이에만 각각 4.00%, 4.44% 상승했다. 지난해 1년 동안 서울 아파트 매매가가 4.69% 올랐던 점을 감안하면 매우 높은 수준이다.
● 강남·분당 급등세에 실수요자 ‘남쪽으로’
부동산 시장은 ‘대세 상승기’ 동안 잠잠하던 경기 남부, 특히 동남권 시장의 분위기가 올 들어 바뀐 데 주목한다. 광교, 평촌신도시 등의 집값은 강남지역이 폭등세를 보이던 지난해에도 큰 변동을 보이지 않았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해 광교를 낀 수원시 영통구와 안양시 아파트 매매가는 각각 1.23%, 3.26% 상승했다. 같은 기간 강남4구(강남 강동 서초 송파구, 6.63%)나 분당구(7.22%)에는 턱 없이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실수요자를 중심으로 매수세가 남쪽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게 공인중개업계의 설명이다. 서울 집값이 단기간에 많이 오르자 강남에 직장을 둔 사람들이 교통여건이 비교적 양호한 신도시에서 내 집 마련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영통구 원천동 G공인중개소 대표는 “전용면적 84㎡ 기준으로 광교 아파트값이 위례·판교 등에 비해 3억~4억 원 낮다”며 “판교테크노밸리로 출근하는 사람들이 주변에서 아파트를 구하지 못하고 지하철 신분당선 광교역 주변 아파트를 매입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투자 목적의 매수에는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양지영 R&C연구소장은 “급등세가 지속될 경우 정부가 언제든 투기과열지구 등을 추가로 지정할 수 있다”며 “신도시 지역의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금 비율)이 떨어지는 추세여서 전세와 대출을 끼고 여러 채를 사는 방식의 소위 ‘갭투자’는 위험하다”고 조언했다.
천호성 기자 thousan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