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김대현은 올해 처음으로 풀타임 선발에 도전한다.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은 오로지 실력뿐. 김대현은 팀의 1차 스프링캠프지인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의 파파고 스포츠 콤플렉스 마운드에서 선발진 합류를 향한 희망의 투구를 거듭하고 있다. 사진제공 | LG 트윈스
KBO리그 10개 구단의 해외 스프링트레이닝도 어느덧 중반부로 접어들고 있다. 한 달 뒤면 시범경기가 개막한다. 야수들의 주전확보경쟁과 투수들의 선발진입경쟁은 이제부터 한층 가열된다.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의 파파고 스포츠 콤플렉스에 차려진 LG의 1차 스프링캠프에서도 포지션별·파트별 경쟁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
마운드로만 좁혀보면 시범경기 때까지 LG는 마무리와 4~6선발을 확정해야 한다. 마무리로는 임정우-정찬헌의 2파전이 유력한데, 선발진에는 고만고만한 후보들이 넘쳐나 끝까지 살얼음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일단 1~3선발은 확정적이다. 좌완 에이스 차우찬과 두 외국인투수 헨리 소사, 타일러 윌슨이 선발 ‘빅3’를 구축한다. 류중일 감독이 시즌 초반에 한정해 6선발체제 가동 의사를 밝힘에 따라 4~6선발 확정이 필요하다. 4선발로는 경험 많은 류제국을 무시할 수 없다. 따라서 남은 두 자리를 놓고 김대현, 손주영, 신정락, 임지섭, 임찬규 등이 경합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프로 3년차의 김대현(21)은 올해 첫 풀타임 선발에 도전한다. 스윙맨으로 활약한 지난해 선발로만 5승(7패·방어율 5.36)을 거두며 가능성을 입증한 만큼 코칭스태프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11월 일본 도쿄에서 열린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대표로 발탁돼 LG뿐 아니라 리그 차원에서도 주목받는 영건임이 입증됐다. 시속 140㎞대 후반의 빠른 직구가 돋보이는 ‘미래의 에이스’가 바로 김대현이다.
LG 김대현. 스포츠동아DB
여러모로 잠재력이 큰 투수임에는 틀림없지만, 김대현의 선발진 진입 여부는 앞으로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 지난해 이미 풀타임 선발로 도약한 임찬규, 상무 소속으로 지난해 퓨처스리그를 평정한 좌완 임지섭, 프로 9년차의 베테랑 잠수함 신정락, 배짱 두둑한 프로 2년차 좌완 손주영 등 누구 하나 호락호락한 상대가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김대현은 “올 시즌에는 많은 이닝을 던지고 싶다. 구체적으로는 100이닝 돌파가 목표다”고 힘주어 말했다. 아직 경쟁을 즐길 만한 여유도 없고, 그럴 만한 형편도 아니지만 결코 낙오자가 되지 않겠다는 분명한 의지가 읽힌다.
APBC 대표로 뛰었던 터라 올해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때 태극마크를 달고 싶은 욕심도 있을 법 하지만, 우선은 팀 내 경쟁에서 승리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다. 김대현은 “운이 좋아서 작년 APBC 대표에 선발됐지만, 아직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느꼈다. APBC 대표로도 부족했는데, 아시안게임 국가대표를 생각하기에는 아직 이른 것 같다”며 “지난 시즌 부족한 부분을 더욱 보완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정재우 전문기자 jac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