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영아 도쿄 특파원
‘우익 노인’의 편지에서도 느꼈지만 일본인들의 한국에 대한 지식은 상당하다. 여기에는 포털 사이트인 야후 저팬의 영향도 있다는 걸 알게 됐다. 한국 유력 매체들이 일본어판 사이트를 만들어 국내 뉴스를 야후 저팬에 실시간으로 대량 제공하기 때문이다.
“야후를 열면 한국 기사로 가득하다. 기분 좋은 내용도 아니다. 한국 언론이 왜 일본을 향해 서비스를 하느냐.” 일본에서 생활하는 한국인들은 이렇게 불만을 토로한다. 이들은 “일본 우익에는 빌미를 주고 일반 일본인에게는 잘못된 메시지를 준다”고 우려한다.
가령 미국 NBC 평창 올림픽 해설자의 식민지배 옹호 발언에 대한 한국인들의 항의, 영국 더타임스의 독도 관련 오보처럼 일본 언론이 다루지 않는 기사가 이 사이트들의 톱5를 점한다. 욱일기 닮은 모자를 쓴 일본 선수 사진에 한국 소셜미디어가 들끓고 있다는 소식도 있다.
이쯤 되면 요즘 일본에선 한국 뉴스에 관한 정보 과잉이 문제란 생각마저 든다. 대개 서로를 안다는 것은 가까워진다는 의미지만, 한일 간에는 반드시 그렇지도 않은 것이다.
한일 관계를 오래 지켜본 사람들은 일본 내 ‘혐한류’의 뿌리를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찾는다. 일본인들이 그간 관심 밖이던 한국을 ‘발견’한 충격이 한쪽으로는 ‘한국 멋지다’는 한류를, 다른 한쪽으로는 ‘한국 뭐냐’고 반발하는 혐한류를 낳았다는 것.
혐한파 상당수는 한때 한국을 좋아했던 사람들이라는 지적도 있다. 한국이 좋아서 찾아가고 공부하다 보니 한국인들의 반일감정을 접하고, 결국 불쾌감이나 배신감을 느껴 돌아섰다는 것이다.
1990년대 한국에서 유학한 NHK의 지인은 나름 터득한 해석법을 알려준다. “한국인들과 술잔을 기울이다 보면 자존심 때문에 겉으론 반일을 내세우지만 실상은 따뜻한 속내를 느낄 수 있었다. 그 뒤로는 웬만한 한국인들의 호통은 정겹게 느껴지더라.”
NBC의 식민지배 옹호 발언에 한국이 들끓는다는 기사에 일본인들이 단 댓글에는 “사실이 아니라면 저리 흥분할 필요가 있나”라거나 “일본은 패전 뒤 미국에 점령당했지만 ‘미국을 발전의 모델로 삼았다’는 말을 들어도 아무렇지도 않다. 사실을 인정하고 전진했기 때문이다. 한국은 사실을 지우려 하기 때문에 항상 뒤만 돌아본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제는 벗어날 때도 되지 않았을까. 한국은 선진국 진입을 목전에 둔, 국제사회에서 인정받는 나라다. 먼저 흥분하면 지는 거다.
서영아 도쿄 특파원 sy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