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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예상못한 상황 참담”… 지배구조 개선-글로벌사업 제동

입력 | 2018-02-14 03:00:00

[최순실 1심 징역 20년]신동빈 회장 법정구속 충격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1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에 대한 1심 재판이 끝난 뒤 호송차에 오르고 있다. 신 회장은 이날 뇌물공여 혐의로 징역 2년 6개월과 추징금 70억 원을 선고받아 법정구속됐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63)이 13일 법정 구속됨에 따라 롯데그룹은 총수 부재라는 초유의 위기를 맞게 됐다. 지난해 12월 경영비리 혐의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던 신 회장은 국정 농단이라는 두 번째 산을 넘지 못했다. 지난해 창립 50주년을 맞이한 롯데는 올해부터 지배구조 개선, 글로벌 사업 확장 등으로 완전히 달라진 ‘뉴 롯데’를 만들어낼 계획이었지만 신 회장의 부재로 당분간 ‘뉴 롯데’의 발걸음은 느려질 것으로 전망된다.

○ 지배구조 개선·글로벌 사업 잠정 중단될 듯


신 회장이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 1심 공판에서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아 법정 구속되면서 롯데그룹의 지배구조 개선 작업에 빨간불이 켜졌다. 그동안 롯데는 불안정한 지배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지난해 10월 롯데지주를 출범시켰고, 국내 계열사 91개 중 롯데쇼핑 롯데칠성음료 등 51개사를 지주회사 체제 아래 묶었다.

그룹의 또 다른 축인 관광·화학 부문의 호텔롯데와 롯데케미칼, 롯데물산 등 40개 계열사는 아직 롯데지주로 편입되지 않은 상태다. 일본 롯데홀딩스와 일본 L1∼L12투자회사가 호텔롯데 지분의 99%를 소유하며 롯데케미칼과 롯데물산 등을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롯데는 일본 롯데홀딩스의 지배력을 낮추기 위해 그동안 호텔롯데 상장에 속도를 내왔지만 신 회장 구속으로 상장 작업에 차질을 빚게 됐다. 호텔롯데의 상장이 무산되면 지주사 체제를 완성하지 못하는 데다 일본 롯데의 지배에서 벗어나는 것도 여의치 않게 된다.

신 회장이 구속되면서 그동안 물밑에 가라앉았던 경영권 분쟁이 다시 불거질 우려가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신 회장은 형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작년까지 경영권 분쟁을 벌였다. 이 분쟁에서 일본 롯데홀딩스 경영진과 주주들은 신동빈 회장의 경영 성과를 높이 평가해 신 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롯데그룹은 일본 측 주주들이 신 회장의 법정 구속을 문제 삼아 신 회장에 대한 지지를 철회할 가능성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이 경우 롯데가 다시 경영권 분쟁의 소용돌이에 빠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신 전 부회장이 대표로 있는 광윤사는 이날 판결 직후 보도자료를 내고 “횡령 배임 뇌물 등의 범죄행위로 유죄 판결을 받고 수감되는 것은 롯데그룹 역사상 전대미문의 일이며 극도로 우려되는 사태”라며 신 회장의 사임·해임을 주장했다. 광윤사는 한일 롯데를 지배하는 일본 롯데홀딩스의 지분 28.1%를 보유한 최대 주주다.

일본에선 경영자가 구속 기소되거나 수감되면 경영에 책임을 지기 어렵다고 보고 대표를 사임시키는 경우가 많다. 신 전 부회장은 이런 점을 들어 신 회장의 롯데홀딩스 대표직 해임을 요구하면서 신 회장을 지지해 온 종업원지주회(27.8%), 관계사(20.1%) 등에 대한 포섭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롯데 관계자는 “일본 측 주주들에게 이번 판결이 3심 중 1심이며 2심에서는 무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최대한 어필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롯데마트 매각과 베트남, 인도네시아 시장 확장 등 굵직한 글로벌 인수합병(M&A) 작업도 당분간 중단될 것으로 보인다. 롯데의 해외사업 매출은 2016년 11조6000억 원, 지난해 10조7000억 원으로 전체 매출의 11% 선이다. 사업부문별로 부회장이 있긴 하지만 그간 신 회장의 인맥과 결단에 사업의 상당 부분을 의지해 온 롯데로서는 당분간 큰 결정을 유보할 가능성이 높다. 총수가 부재중인 상황에서 건당 2조∼3조 원에 이르는 M&A나 설비 투자 결정을 쉽게 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 그룹 내부는 ‘패닉’

신 회장은 법정 구속된 다음 날인 14일 63번째 생일을 맞는다. 1955년 2월 14일생인 신 회장은 애초 올림픽이 열리고 있는 강원 평창에서 생일을 맞으려고 했다. 대한스키협회장이자 국제스키연맹(FIS) 집행위원인 신 회장은 올림픽 기간 알파인스키와 스키점프, 스노보드, 모굴 등 경기를 참관하고 선수들과 코치, 대회 관계자들을 격려할 계획이었다.

신 회장은 물론이고 롯데 관계자들도 법정 구속을 예상하지 못했던 만큼 내부 충격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는 판결 직후 공식 입장 자료를 통해 “예상치 못했던 상황이라 참담하다. 법원의 판단을 존중하지만 결과에 대해서는 매우 아쉽게 생각한다”며 “국민에게 약속한 지주회사 완성, 투자 및 고용 확대 등 산적한 현안을 앞두고 큰 악재로 작용할까 우려된다. 비상경영 체제를 가동해 임직원, 고객, 주주 등 이해관계자를 안심시키겠다”고 밝혔다.

한편 관세청은 롯데그룹이 면세점 특허를 따내기 위해 K스포츠재단을 지원했다는 1심 법원의 판단에 따라 롯데의 면세특허 취소 여부에 대한 검토에 착수했다. 관세청은 13일 보도 자료를 내고 “전문가의 자문 등 면밀하고 충분한 법리 검토를 거쳐 롯데의 면세특허 취소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 / 도쿄=장원재 특파원 / 신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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