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청운동 윤동주문학관에 전시 중인 목제 우물틀. 중국 룽징의 윤동주 생가에서 옮겨온 것이다.
종로구 누상동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 청운동엔 윤동주문학관이 있다. 문학관 건물은 원래 청운동 수도 가압장이었다. 수도 가압장은 수돗물을 원활하게 공급하기 위해 수압을 높이는 시설이다. 상수도 여건이 좋지 않았던 1970년대에 주로 고지대 초입에 많이 생겼다. 청운동 가압장은 1974년 지어졌다. 이후 이 일대의 상수도 여건은 계속 나아져 2008년 운영을 중단했다. 한동안 방치됐던 이곳은 2012년 윤동주문학관으로 다시 태어났다.
문학관 전시실엔 중국 룽징(龍井)의 윤동주 생가에서 옮겨온 우물이 있다. 정확히 말하면, 사각형 목제 우물틀이다. 여기 이런 설명이 붙어 있다. “이 우물 옆에 서면 동북쪽 언덕으로 윤동주가 다닌 학교와 교회 건물이 보였다고 합니다. 이 우물에 대한 기억은 오래오래 남아 그의 대표작 ‘자화상’을 낳습니다.” 윤동주는 이 우물을 자주 들여다보았다. 거기 자신의 얼굴이 비치고 하늘과 별이 비치고, 식민지 현실이 떠올랐을 것이다.
1945년 2월 16일, 윤동주는 후쿠오카의 감방에서 생을 마쳤다. 28년의 짧은 청춘이었다. 기일을 앞두고 옛 수도 가압장에서 만나는 윤동주의 우물. 오래된 탓에 목제 우물틀의 표면은 비늘처럼 겹겹이 들뜨고 모서리는 여기저기 떨어져 나갔다. 청년 윤동주의 삶인 듯, 보는 이를 시리게 한다.
이광표 논설위원·문화유산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