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정훈 출판평론가
2007년 영국 더타임스가 영미권 작가 125명에게 애독 작품을 물은 결과는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 플로베르의 ‘마담 보바리’,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 나보코프의 ‘롤리타’, 마크 트웨인의 ‘허클베리 핀의 모험’ 순이었다. 2009년 프랑스 잡지 텔레라마가 프랑스어권 작가 100명에게 물은 결과는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스’,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 마리 라파예트의 ‘클레브 공작 부인’, 윌리엄 포크너의 ‘음향과 분노’ 등이었다.
2015년 영국 BBC는 영국 바깥에서 활동하는 전문가 82명을 상대로 아일랜드와 스코틀랜드 작가의 작품을 제외한 ‘위대한 영국 소설’ 설문조사를 했다. 조지 엘리엇의 ‘미들마치’, 버지니아 울프의 ‘등대로’와 ‘댈러웨이 부인’, 찰스 디킨스의 ‘위대한 유산’, 샬럿 브론테의 ‘제인 에어’ 순이었다. 디킨스 외엔 모두 여성이다.
다수결로 매긴 순위로 문학 작품을 평가할 수는 없다. 다수결 원칙은 ‘문학의 공화국’에는 통할 수도 없고 통해서도 안 된다. 그럼에도 이런 순위에 주목하는 이유는 해당 시기 한 사회나 세계가 문학을 바라보는 관점을 반영하기 때문이다. 2021년 개관을 목표로 국립한국문학관 건립이 추진되고 있다. 어떤 작가와 작품이 자리해야 하는지, 다수결로 풀 수 없는 난제다.
표정훈 출판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