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인 여자 슈퍼대회전 금 레데츠카 랭킹 66위… 월드컵 메달도 없는데, 린지 본 등 제치고 0.01초 차 감격 스노보드 평행대회전은 세계 1위… 올림픽 사상 첫 동시 출전해 ‘대박’
끝까지 ‘맨얼굴의 미소’를 보지 못했다. 17일 평창 올림픽 알파인스키 여자 슈퍼대회전이 열린 정선 알파인센터 공식 기자회견장. ‘깜짝 금메달’을 딴 체코의 에스테르 레데츠카(23·사진)는 기자회견장을 떠날 때까지 고글을 벗지 않았다. 우승 소감을 밝히는 내내 그의 눈을 볼 수 없었다. “고글은 두뇌처럼 나와 한 몸”이라며 능청을 떨던 그가 “사실 ‘생얼’ 때문”이라고 이실직고하자 곳곳에서 웃음이 터졌다.
레데츠카는 이날 1분21초11로 결승선을 통과하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디펜딩 챔피언인 오스트리아의 아나 파이트를 0.01초 차로 제치는 짜릿한 승리를 거뒀다. 다른 선수들이라면 펄쩍펄쩍 뛰면서 승리의 기쁨을 주체하지 못할 텐데 레데츠카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멍하니 전광판만 주시했다. 그는 당시 상황에 대해 “1위인 것을 처음 봤을 때 분명히 뭔가 잘못됐다고 생각했다. 이 기록에서 몇 초가 더 해질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스키로 전향할 생각이 없느냐’는 질문에 “두 종목은 기본적으로 언덕을 내려오는 것에선 비슷하다. 어느 종목이든 집중할 것”이라고 답했다. 다른 알파인 종목 출전 여부에 대해선 코치와 상의하겠다고 말해 기대를 모았다. 레데츠카는 연습 때 스키 코치와 스노보드 코치가 서로 자신의 종목을 오래 연습시키려 다퉈 당황스러웠다는 일화도 밝혀 사람들을 웃게 했다.
심상찮은 가족력도 화제가 됐다. 레데츠카의 할아버지(얀 클라파치)는 아이스하키 선수로 겨울올림픽에서 메달을 2개나 땄다. 어머니는 피겨스케이팅 선수 출신이다. 스포츠 혈통을 고스란히 받았다. 게다가 노래도 잘 부르고 기타 연주도 잘한다. 이러한 끼는 ‘국민가수’인 아버지에게서 물려받았다. 레데츠카의 아버지 야네크 레데츠카는 ‘체코의 조용필’이다. 그가 출연한 라이브 공연은 체코에서 시청률 60%를 넘길 정도다. 윈드서핑도 곧잘 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도쿄 올림픽에서 윈드서핑 선수로 출전할 생각은 없느냐’는 질문이 나오자 “와이 낫?(안될 것 없다)”이라고 답했다.
주종목인 스노보드 평행대회전은 시작도 안 했다. 22일 예선부터 경기가 진행된다. 레데츠카가 해당 종목에서도 우승하면 사상 최초로 한 올림픽 내 두 개 종목에서 금메달을 따내는 선수가 된다. 지금까지 한 종목 내에서 여러 개의 금메달을 따낸 사례는 많지만 아예 다른 종목에서 메달을 딴 사례는 없었다.
평창=김성모 기자 m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