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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박기부터 유전자 조작까지..' 혼란한 듀랑고의 천태만상

입력 | 2018-02-19 19:03:00


넥슨의 '야생의 땅: 듀랑고'(이하 듀랑고)의 개발을 총괄한 이은석 디렉터는 "듀랑고는 생존이 아닌 생활 게임"이라고 밝힌 바 있다.

길드&진영전 혹은 상위 레벨의 던전을 공략해 최상위 아이템을 얻는 것을 목표로 달려가는 기존 게임과는 달리 게이머들의 생활 자체가 콘텐츠가 되는 듀랑고의 시스템을 함축적으로 설명한 발언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이다.

실제로 모든 것을 손으로 직접 만들어야 하는 듀랑고의 세계에서 게이머들은 각자 업무를 분할하여 직업을 가지고, 부족을 만들며, 서로의 물건을 사고 파는 등 기존 모바일게임과는 다른 색다르고 독특한 콘텐츠가 계속 생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공룡과 인간의 세계 듀랑고~ (출처=게임동아)


여기까지는 개발진들이 의도한 바 대로 흘러가는 듯 했지만, 이들이 간과한 점이 하나 있다. 바로 한국 게이머 특유의 이상하고도 어두운 '청개구리 속성'이다.

한국 게이머들이 어떤 존재인가? '이쯤이면 한 달을 버티겠지?'라고 마련한 콘텐츠를 일주일만에 소비하고, 게임의 헛점을 찾아내 기막힌 플레이를 연출하는가 하면, 자유도를 주면 실제 한국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그대로 게임 속에 접목시켜 개발자들의 혀를 내두르게 만드는 것이 바로 이들이다.

CBT 당시 듀랑고 맵스로 찍힌 화제의 사진 (출처=게임동아)


특히, 게이머들의 생활이 콘텐츠가 되는 듀랑고에서 이러한 게이머들의 '청개구리 속성'이 더욱 진하게 풍겨 나와 커뮤니티를 들썩이게 만들기도 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사유지 알박기'다. '알박기'라 함은 개발 구역으로 지정된 토지의 일부를 점거한 뒤 터무니 없는 매매 가격을 제시해 이득을 보는 행위를 뜻하는 부동산 업계의 속어를 뜻하는데, 사유지가 등장하는 듀랑고에 이러한 알박기가 등장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듀랑고 속 사유지는 실제 부동산만큼 매우 민감하다. 수 많은 가구, 음식, 무기 등의 제작에 필요한 재료를 저장하는 곳이기도 하며, 부족의 일터와 쉼터 역시 사유지에 배치해야 하며, 사유지 이외에 가구를 배치하면 다른 게이머가 파괴 혹은 훔쳐가는 경우도 비일비재하기 때문.

이렇게 민감한 콘텐츠인 만큼 사유지에는 울타리를 쳐서 외부인의 출입을 막는 기능이 도입되어 있는데, 바로 이 기능을 이용해 한 부족이 사유지를 형성하는 도중 중간 땅을 점거하는 일종의 '알박기' 플레이가 발견되어 주목을 받았다. 물론, 이는 비옥한 땅을 혼자서 점거하려고 욕심을 부리는 부족들에게 해당하는 것으로, 실제로 구매하지는 않았지만, 울타리로 빈 땅을 둘러싸 접근을 차단하는 꼼수를 사용하려는 부족들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물론 이런 플레이는 부족의 수가 크게 증가하면서 더 이상 볼 수 없는 광경이 되어 버린지 오래이며, 만약 이러한 '알박기'를 한들 게이머들 역시 과도한 욕심을 부리는 부족에게 오히려 비난을 가하는 상황이다. (요즘은 부족에 접근해 친밀감을 쌓을 후 부족 창고의 아이템을 털어 도주하는 부족 사기가 더 늘어났다. 과도하게 친한 척하여 부족에 가입하고 싶다고 접근하는 게이머를 조심하자)

모든 계약금은 처음에 절반 이후에 절반으로 줘야 한다. (출처=게임동아)


'건축 사기'도 빼놓을 수 없다. 모 커뮤니티 사이트에 올라온 글을 통해 알려진 이 사건은 한 부족이 건축가에게 가죽 지붕을 기준으로 외주를 맡겼는데, 완성된 집을 보니 가죽 지붕이 아닌 이파리 지붕으로 만들어 공사비를 횡령한 황당한 사례다.

이는 확인을 누르기 전까지 구체적인 가구의 모습이 등장하지 않는 듀랑고의 시스템을 악용한 것으로, 건축가 특성을 올려 다른 부족의 제작 의뢰를 받는 듀랑고의 독특한 경제 시스템에서 비롯된 사기 수법이라 할 수 있다. 설계도대로 공사를 하지 않고, 재료를 빼돌려 터널을 만들어 주인공을 위기에 빠트렸던 영화 '터널'처럼 재료비를 아끼기 위해 부실 공사를 하는 한국 사회의 어두운 단면과 매우 유사한 모습이다.

불법 시설물을 철거 중인 게이머 (출처=게임동아)


불법 시설물 철거도 활개를 치고 있다. 앞서 설명한 대로 듀랑고의 가구나 제작물은 사유지에 두지 않으면 다른 게이머가 파괴 혹은 이동 시킬 수 있는데, 이렇게 사유지 밖에 배치된 가구나 물품을 철거하면서 다니는 게이머들이 등장해 많은 주목을 받았다. 특히, 사유지 밖에 잠시 가구를 배치했다 철거반에 의해 물품이 파괴된 게이머는 어디 서버 채팅으로 하소연하며, 억울함을 알리는 해프닝이 일어나기도 했던 것이 사실.

때문에 듀랑고 개발사 측에서는 제작대나 바구니와 같은 가구를 사유지 안에 배치시킬 것을 당부하는 공식 공지를 여러 차례 올리며 게이머들에게 주의를 당부했다.

유전자 변형 음식 뺨치는 저 괴기한 누에 튀김처럼 자유도 보장되는 것이 듀랑고의 요리다(자료출처-커뮤니티)


튀긴 누에를 번식시켜 생산한 튀긴 누에 새끼들을 다시 번식 시키는 금단의 유전자 공학(이른바 GMO) 기술도 등장해 듀랑고의 혼돈을 더했다. 듀랑고의 음식은 튀김, 삶기, 끓이기 등의 2차 가공을 통해 효과를 증폭 시킬 수 있는데, 한 게이머가 이벤트로 지급된 누에를 튀긴 다음 이 누에를 다시 재배하고, 생산된 누에를 다시 튀긴 후 또 재배하여 효율을 높이는 엽기적인 행동을 보인 것.

실제로 듀랑고의 음식은 3차 가공 이전까지 어떤 요소도 가능한 자유로움을 지녔는데, 때문에 '얼음국', '훈제 얼음', '햄버거 국' 등의 '괴식'이 등장하기도 했다. 이 튀긴 누애 재배도 이러한 음식 시스템의 헛점을 노린 것이다. 물론, 현재는 패치를 통해 가공된 식품(?)을 재배하는 길은 막혔지만, 이 사례에서 보듯 앞으로 시스템의 헛점을 노린 어떤 괴식이 등장할지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위에서 소개한 사례 이외에도 듀랑고의 게이머는 도트 장인의 등장, 사냥꾼 재료 하청 등 실제 사회만큼이나 다채로운 소식이 들려오며 게이머들의 관심을 높이고 있다. 과연 듀랑고에 또 어떤 긍정적 혹은 기괴한 이슈로 게이머들의 즐거움을 더해줄지 앞으로의 모습이 궁금해 진다.

동아닷컴 게임전문 조영준 기자 zoroast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