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유라-겜린, 한국 아이스댄스 사상 첫 프리 진출
피겨스케이팅 아이스댄스 민유라(왼쪽)가 지난달 인스타그램에 올린 사진. 민유라는 파트너인 겜린 알렉산더와 지하철에서 익살스러운 포즈를 취해 팬들로부터 화제를 모았다. 민유라 인스타그램
“유라 씨. 사진 같이 찍을래요?”
‘빙속 여제’ 이상화가 다가왔다. 잠시 뒤 남자 스피드스케이팅의 모태범도 사진을 같이 찍자며 말을 걸었다. 이어 다른 선수들도 다가와 함께 사진을 찍었다. 모두 처음 만난 선수들이었다. 선수들은 말했다. “좋은 기운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아요.”
평창 겨울올림픽에 출전한 한국 피겨스케이팅 아이스댄스의 민유라(23)는 선수들 사이에서 ‘흥부자’로 통한다. 흥이 많기 때문이다. 7일 강릉선수촌에서 가진 입촌식부터 민유라는 특유의 끼와 흥을 발산했다. 비보이들이 춤을 출 때 먼저 나가서 춤을 추며 서먹한 분위기를 바꿨다. 그는 “다들 나가고는 싶은데 망설이는 것 같아서 먼저 나갔을 뿐이다. 재미있는 분위기를 만들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피겨스케이팅 아이스댄스 민유라(왼쪽)가 지난달 인스타그램에 올린 사진. 민유라는 파트너인 겜린 알렉산더와 지하철에서 익살스러운 포즈를 취해 팬들로부터 화제를 모았다. 민유라 인스타그램
팀 이벤트에서 그는 의도하지 않았던 사건으로 영국 BBC, 미국 USA투데이 등 해외 언론에 주요 기사로 다뤄졌다. 겜린 알렉산더(25)와 파트너를 이뤄 쇼트댄스를 연기하다 상의 훅이 떨어져 나가면서 제대로 된 연기를 펼치지 못했다. 아찔한 상황이었지만 그는 연기가 끝난 뒤에도 환하게 웃었다. 그는 “어차피 일어난 일인데 화를 내봤자 소용없다. 그래도 이번 기회에 한국에도 아이스댄스 팀이 있다는 것을 많이 알린 것 같아서 기분 좋다”고 밝혔다.
전혀 울 것 같지 않던 민유라는 19일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아이스댄스 쇼트댄스를 마치고 울음을 터뜨렸다. 전광판에 61.22점이 뜨자 두 손을 얼굴에 갖다대며 눈물을 흘린 것이다. 지난해 10월 기록한 공인 최고점 61.97점에는 다소 못 미치지만 20일 열리는 프리댄스 진출을 확정했다. 총 24개 조 중 상위 18개 팀이 프리댄스에 진출한다. 이날 민유라-겜린 조는 16위를 차지했다.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올림픽에 한국 아이스댄스 선수로는 처음 출전해 24위를 기록한 양태화-이천군 조를 넘어 한국 아이스댄스 최고의 올림픽 성적이다.
프리댄스 진출은 그에게 큰 의미가 있다. 프리댄스 배경음악이 가수 소향의 ‘홀로 아리랑’이기 때문이다. 그와 겜린은 전 세계에 한국문화를 알리기 위해 아리랑에 맞춰 연기를 꼭 펼치고 싶다는 바람을 밝혀왔다. 이를 위해 개량한복을 입는다. 그는 “코치들은 아리랑이 외국 심판들에게 낯선 곡이기 때문에 음악을 바꾸자고 했다. 하지만 아리랑을 세계에 알리고 싶어 포기하지 않았다”고 말해왔다.
그는 마지막 말을 잊지 않았다. “점수는 상관없어요. 어떻게든 확실하게 즐기고 내려오겠어요.”
강릉=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